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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셰익스피어 인 무비

[시네마테크] 셰익스피어 인 무비

Shakespeare in Movies

2022-09-06(화) ~ 2022-09-18(일)

상영작(9편)

헨리 5세 (1944, 로렌스 올리비에) / 맥베스 (1948, 오슨 웰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1961, 제롬 로빈스 & 로버트 와이즈)

리어왕 (1970, 피터 브룩) / 오셀로 (1986, 프랑코 제피렐리)

햄릿 (1990, 프랑코 제피렐리) / 로미오와 줄리엣 (1990, 바즈 루어만)

셰익스피어 인 러브 (1998, 존 매든) / 한여름 밤의 꿈 (1999, 마이클 호프만)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 강연 I

주제: 셰익스피어 시대의 연극 만들기

강연: 김남석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일정: 9.16.(금) 18:30 <셰익스피어 인 러브> 상영 후



특별 강연 II

주제: 거역할 수 없는 비극의 매력 - 셰익스피어를 읽은 오슨 웰즈

강연: 강성률 (영화평론가, 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일정: 9.17.(토) 16:20 <맥베스>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김필남

일정: 9.14.(수) 18:30 <헨리 5세> 상영 후





Programmer's Comment


우리에게 셰익스피어가 필요한 이유


세계의 유수 영화감독들은 종종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영화로 연출하곤 한다.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는 대표적인 감독으로, 그는 영화적 이력을 통해 일관되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스크린에 옮기는 일에 주력한 바 있었다. 프랑코 제피렐리처럼 전문적으로 셰익스피어(연극)를 영화화하는 일에 몰두하지는 않았지만, 오슨 웰즈(Orson Welles),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 구로사와 아키라(Akira Kurosawa), 피터 브룩(Peter Brook),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케네스 브래너(Kenneth Branagh) 등이 이러한 작업에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대화하는 번안과 각색 작업―예를 들어 <라이언 킹>, <레이디 맥베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도 빈도 높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외로 이 질문에는 상식적인 답만 행해지곤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명작이니까.” 혹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대중이 잘 알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니까.”, 내지는 “고전을 향한 관심은 명장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신경 써야 하는 덕목이니까.”

이러한 대답은 사실 정확하지 않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명작이라고 하지만, 셰익스피어 작품은 대중극(Popular drama)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작품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그 수준을 논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현대의 대중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제목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세세한 내용이나 가치는 제대로 모르는 일이 흔하고, 실제로 셰익스피어 연극이 공연되더라도 외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더구나 고전에 대한 관심은 사실 현대의 감독들에게는 중요한 미덕이 아닌 것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렇게 피상적으로 행해진 답변을 속속 살펴보면, 위의 질문에 대한 실체가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이러한 의문에 한발 접근해 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셰익스피어의 연극 문법은 그 이전(중세 양식)이나 그 직후(고전주의 양식)에 비해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었다. 연극의 오래된 규칙에서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하였고, 공연 효과를 위해서는 대중의 반응을 살필 줄 알았다. 무엇보다 현대 영화의 커팅(Cutting) 개념을 16세기에 이미 이해하고 있었고, 커팅된 화면(shot)을 이어 붙이는 방식도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카메라나 영사기가 없어 그는 영화를 제작하거나 구체적으로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무대 위에 구현하는 작품과 그 작품의 DNA 격인 플롯을 살펴보면 그가 영화라는 16세기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양식’을 이미 개념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매우 전문화된 지식이지만, 그 개념으로 인해 그는 경직된 연극 양식―그것도 거의 2000년이나 되는 연극 문법―을 효과적으로 파괴하고 그 위에 영화 기법으로 불러도 무방한 새로운 공연 양식을 쌓아 올릴 수 있었다. 

그가 상상한 작품 세계는 현재 영화가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이다. 물론 셰익스피어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이러한 실제적 도움보다는 더 근원적이다. 셰익스피어는 자기 이전에 존재했던 형식(form)이나 양식(style)에 구애받지 않았고, 16세기 되살아나는 ‘인간적인 감수성’에 더욱 충실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방식을 개발하고자 했다. 자기 이전의 인간(예술가)이 사로잡혀 있는 구속과 한계를 누구보다도 빨리 파악한 배우이자 극작가이자 기획자였으며, 그의 시기에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상상 속의 ‘감독(director)’이었다. 인류의 예술사에서 몇 세기가 흘러서야 비로소 ‘디렉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는 감독으로서의 위치 또한 상상적으로 점유했던 선구자였다. 

‘그’라는 존재는 그가 존재했던 시대와 그 이후의 연극 문법을 해방시킬 수 있었고, 몇 세기가 흘러서는 영화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그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조각조각 분해되어 다시 이해되면서 영화 문법이 되었고, 그가 고안하여 발 딛고 있었던 극장 내 자리는 점차 다른 동료와 후손들에 의해 이해되면서 감독의 자리로 이어졌다. 그는 현대 영화의 중시조이고 그래서 그의 작업은 영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우리가 그를 통해 영화를 다시 보아야 하는 근원적 이유가 이것이다. 그는 소재가 아닌 정신(창의력), 고전이 아닌 도전(파괴), 그리고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이다. 이 기획이 그러한 셰익스피어의 정신과 도전과 현재의 의미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김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