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일시: 2021.11.18. - 11.22.
장소: 영화의전당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 무사이극장
주최: 부산독립영화협회
주관: 부산독립영화제집행위원회

개막인사

안녕하세요. 스물세 번째 부산독립영화제가 개막합니다. 올해 부산독립영화제는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립니다. 부산타워의 고요한 불빛 아래, 불을 밝힌 영화제 사무국의 전경이 늘 마음 한편에 있습니다. 매듭지어지지 않을 것만 같던 영화제 준비도 마무리되어 갑니다. 빌딩 숲 너머 푸른 바다향이 서늘한 밤거리, 늦어진 퇴근길을 뚜벅뚜벅 걷는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난해 폐막 인사말을 꺼내 봅니다.

“괜찮을 거예요. 힘내요.”, “모두 잘 해냈어요. 수고했어요. 내년에 만나요.”

지난해, 참 힘들었습니다. 아니 올해도 그만큼, 또는 그보다 더 힘든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과 함께 부산독립영화는 차근차근 움직이고 있습니다. 작지만 귀한 움직임이 가능했던 이유는, 주저앉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기 힘들지라도, 오늘의 자리에서 되돌아가지 않고 내일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맑은 힘’ 때문입니다.

부산독립영화의 친구들을 기다리며 객석들 틈에 비워두었던 자리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여백은 우리들의 마음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극장에 불이 꺼지고 영화의 빛이 비어있는 객석을 비출 때면, 마음속에 ‘힘’이 피어납니다. 그 ‘힘’은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먼 거리를 단숨에 달릴 수 있거나 하는 종류의 ‘힘’이 아닙니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 버티고, 마음을 마음으로 감싸고, 적당한 거리에서도 늘 곁에 있어 주려고 노력했던 ‘맑은 힘’입니다.

경쟁과 속도에 무뎌졌던 마음을 찾고, 온기를 거두었던 풍경들을 차분하게 매만질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회복된 세계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회복은 전염의 기운이 완전하게 치유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려운 시기를 통과할 수 있게 해준 우리의 ‘힘’을 발견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의 ‘맑은 힘’ 때문에 세계는 꼭 회복될 것입니다. 이 ‘힘’과 함께 부산독립영화제를 찾아주세요. 객석들 틈에 비치는 부산독립영화의 빛을 응원해 주세요. 영화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의 곁을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겁니다. 오늘도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타워를 올려다보며 힘을 냅니다. 우리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은 힘차고 따듯할 겁니다.

부산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오민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