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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바다와 영화: 해양영화의 영역과 장르 가능성

[시네마테크] 바다와 영화: 해양영화의 영역과 장르 가능성

Cinema and the Sea

2022-06-17(금) ~ 2022-07-03(일)

상영작(15편)

어화 (1938, 안철영) / 율리시스 (1954, 마리오 카메리니)

해저 2만 리 (1954, 리처드 플레이셔) / 바운티호의 반란 (1962, 루이스 마일스톤)

만선 (1967, 김수용) / 포세이돈 어드벤처 (1972, 로널드 님)

석화촌 (1972, 정진우) / 갯마을 (1978, 김수형) / 그랑 블루 (1988, 뤽 베송)

심연 (1989, 제임스 캐머런) / 지중해 (1991, 가브리엘레 살바토레스)

웨일 라이더 (2002, 니키 카로) / 니모를 찾아서 (2003, 앤드류 스탠튼 & 리 언크리치)

파리 대왕 (1963, 피터 브룩 - 1회 무료 상영)

노인과 바다 (1990, 주드 테일러 - 1회 무료 상영)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 강연1 - <어화>, 유학파 조선 영화인의 인텔리적 시도

강연: 정지욱 (영화평론가)

일정: 7.1.(금) 19:00 <어화> 상영 후



특별 강연2 - 니모를 찾아서: 영화 속의 과학

강연: 김종명 (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 해양바이오신소재학과 교수)

일정: 7.2.(토) 16:30 <니모를 찾아서>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김은정 & 김지연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mer's Comment


‘해양영화’라는 장르 탐색 가능성과 영화적 돌파구로서 ‘블루 오션’


‘해양영화’라는 용어는 아직 일반 관객이나 영화계에 공식적으로 정착된 용어는 아니다. 매우 소수의 학자와 이론가들이 이러한 용어의 사용에 동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용어가 지니는 학술 가치를 인정하고 그 미래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학술적 규명과 장르적 고착 가능성을 차치한다고 해도, 우리 주변에 이미 바다 관련 영화가 상당히 존재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러한 영화들은 대체로 신선한 인상을 전해 주며, 세계적인 명작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도 의외로 빈번하다. 


초기 해양영화는 주로 해양문학 작품을 영화로 전환(각색)하는 활동에서 탄생했다. <해저 2만 리>나 <백경(모비딕)> 같은 영화가 대표적이며, 한국에서는 <갯마을>이나 <만선> 같은 영화가 그러한 부류에 속한다. 해양을 스크린에 담는 기술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대양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서사를 영화적으로 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로 인해 주요 장면들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는 계속되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바다를 영화적 가능성으로 살피려는 시선이 곳곳에서 출몰하기 시작했다. 대담하게 바다 한가운데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뛰어들었고, 심연을 겨냥하여 호기심을 포착하려는 시선도 늘었으며, 그에 따라 미지의 세계라는 바다의 다양한 신비가 영화에서 이상적으로 노출되곤 했다. 제임스 캐머런(James Cameron)은 사실 해양을 특별한 영화적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현재 대중에게 가장 주목받는 감독의 반열에 오른 경우이며, 이안(Ang Lee) 감독은 제법 길었던 슬럼프를 바다를 통해 일정 부분 극복하는 사례를 남긴 경우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해양영화에 대한 시도는 하나의 장르적 변화를 예고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하나의 장르는 대중적 수용이자 창작 스타일이고, 동시에 지난 역사이자 동시대(인)의 확장된 동의이다. 하나의 장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이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러한 동의를 영화적 산출물로 이끌어 내고자 하는 창작자들의 의지가 동반되어야 한다. 오랜 실험과 거듭되는 시도를 통해 장르적 특성이 누적되어야 하며, 그러한 장르적 단초를 현재의 관객들이 수용하고 기꺼이 관람하고자 하는 경향을 추수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하나의 장르가 탄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며, 많은 이들이 공들여 투자하는 어마어마한 시간의 누적물이라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장르에 대한 갈망은 계속될 뿐만 아니라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 세상의 좋은 작가, 뛰어난 감독들은 기존의 장르를 수용하면서도 그 장르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이들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르상의 고착화는 그 자체로는 편안한 관람과 익숙한 창작 방법을 선사하겠지만, 그만큼 해당 장르에 대한 매너리즘과 안이함을 불러올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뻔하다고 믿는 것의 재현, 혹은 예상하는 바를 넘어서지 못하는 서사, 내지는 영화계의 죽은 관습은 어느 순간에는 우리가 보는 영화에서 배제되어야 마땅한 폐해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양영화라는 장르가 장르적 독자성을 갖추고 자체 내 전통과 문법을 갖춘 영화 장르로 성립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하지만 많은 영화들이 이러한 미지수의 어려움 속에서 탄생했고 그러한 어려움이 차례로 극복되며 지금의 영화 장르가 만들어졌다고 할 때, 해양영화의 가능성은 그리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의전당에서는 기존의 바다 관련 영화를 모아, 동서양 구별 없이 함께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러한 자리는 영화적 돌파구로서 새로운 장르의 성립과 과정을 지켜보도록 할 뿐만 아니라, 기존 우리의 영화가 간과한 특성과 한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야기의 고갈’이 주목되는 화두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다. 전통적으로 강자의 입장을 견지하는 할리우드도 이러한 한계와 약점 앞에서는 무관하다고만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서사로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적 소재, 영상 문법, 관습의 혁파 등에서도 기존의 한계는 부인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문제 상황 속에서 바다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흔히 하는 말대로 우리는 육지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욱 익숙한 종족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바다는 ‘블루 오션’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인식은 영화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되기에, 기존 한계를 돌파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은 비단 바다를 과거에 묶어 두지 않는 근본적인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바다는 매력적인 소재가 될 수 있고, 서사의 동력이 될 수 있고, 위기나 갈등의 근원으로서 영화의 새로운 문법이 될 수 있으며, 이미지와 미장센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아이디어의 근간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이제 바다를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비단 여름날의 열기를 식히거나 청량감을 느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곳 역시 우리가 간직하고 개척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 인식의 터전 중 하나이며 그래서 현재의 영화가 반드시 눈여겨보아야 하는 공간이자 대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양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영화의 가능성을 과거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김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