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사이트정보
home  > 영화  > 부대행사

부대행사

[인디플러스 개관 5주년] <언더그라운드> : 김정근 감독 2021-03-14(일)  - 소극장

<언더그라운드>부대행사

 

상영작 : <언더그라운드>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참석 : 김정근 감독

진행 : 강소원 BIFF 프로그래머

 

 

Q. 영화의 제작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15년부터 노동조합에 들어가서 이 관계들을 좀 익히고 하는 과정이 있었고 말씀하신 14년 그림자들의 섬이라는 영화를 16년 개봉하면서 제가 잠깐 현장을 못 갔었거든요. 그러면서 햇수로 얘기하면 5년가량이지만 현장에서 간걸로 치면 3년 정도 기간 동안 쭉 촬영을 했던 영화입니다.

 

Q. 어떻게 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신 거지. 그러니까 부산 도시철도 공사의 노동자들에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어떤 계기가 있나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어떤 스펙터클, 씬을 생각했을 때는 노동자들이 프레스 머신을 만지거나 아니면 배를 쥐어 올리거나하는 어떤 인간과 기계나 구성원들의 대결을 굉장히 흥미로워하는 것 같아요. 그것을 끝내 인간이 만들어 내거나 혹은 지어내는 장면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죠. 그 기계와 노동자의 대결이라고 했을 때 일종의 그들 사이의 상호 작용을 더 잘 볼 수 있는 공간이 현대 사회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보면 눈에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그런 시공간이 존재하거든요. 이제 지하철 영화를 만들어내느라 굉장히 많이 여러 곳을 검색했는데 한국만큼 지하철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국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옳거니, 그러면 이제 다음은 지하철이다 했고 사실 제가 또 철도 덕후라서 기차 이런 거 엄청 좋아하고 실제로 일본에 여행 갔을 때 철도박물관에도 가곤 하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허우샤오시의 카페 뤼미에르 같은 영화는 너무 사랑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영화 속에서도 투쟁장면들이 나오기도 했는데 촬영 당시에 비해서 현재 부산 철도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된 부분이 있나요?

청소노동자 분들이 대거 자회사로 가셨고요. 자회사는 일종의 용역과 직고용의 중간단계의 회사에요. 영화의 주요한 메인 캐릭터 중 한 명인 우철씨라고 정비공 수리공으로 있는 친구는 공사의 무기계약직으로 고용이 됐어요. 이건 일종의 직고용이긴 하지만 무기 계약이기 때문에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위험성은 있고 뭐 공공기관들은 보통 호봉이 이렇게 올라가고 임금이 같이 상승함에 더불어서 복리후생이 좀 달라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혜택은 누릴 수 없는, 그래서 이제 기존의 용역업체에 있던 것보다는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지만 여전히 자기는 그 안에서 2등 시민 같은 조건으로 계속 일해야 되는 상황이죠. 그래서 아까 투쟁의 장면을 보셨던 부분은 청소노동자 분들의 투쟁이었고 지금 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좀 더 부드러워지거나 기존의 차별과는 좀 달라진 형태로. 하지만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는 형태로 아직은 그 종사자의 계약 형태가 시행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투쟁장면에서 노동자들의 반응이 굉장히 소극적인 편이라 예외적인 장면을 본 것 같아요

영화에서 충분히 정보 전달이 많이 되진 않아서 온도차가 좀 있다고 느끼셨을 텐데 그걸 의아해 하실 것 같기도 하고요. 이분들이 노동조합이라는 것이 자기의 권리이자 혜택이라는 것을 처음 누려보신거예요, 그래서 비정규직이시고 동시에 외주 회사에 소속돼 있는 분들이니까 관리감독자의 눈치를 엄청 보게 된 상황인 거예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결성하지도 못했고 그걸 결성하고자하는 의지도 없고 더불어서 결성한다고 시도했던 사람들이 잘려나간 상황들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사실 노동자들이 이제 한국사회에서 해왔던 어떤 구호나 제스처가 그 분들한테는 낯설거나 어색하거나 더불어서 금기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 그런 미적지근한 반응이 나왔던 것 같고요. 저는 그 장면이 좋았어요. 어떤 사람들이 뭘 시작하려고 하는 상태를 좀 보여주고 싶었고 그 이야기와 시기를 기점으로 영화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권리로 넘어간 상황과 순간들이 오고 이분들 안에 굉장한 위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순간이라서 그 씬 좀 선택해서 넣었고 그 미적지근한 온도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Q. 공업고등학교 다니는 학생들을 어떻게 섭외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제가 공고 출신입니다. 공고 출신이고 마침 제가 다녔던 학교에 지금 가서 섭외를 한 건데 사실은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균일하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했던 지점도 제가 차기작으로 공고생들을 찍고 있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과는 굉장히 까불면서 영화를 계속 찍었거든요. 카메라를 친구들이 쥐기도 하고 제가 뭐 비속어를 쓰거나 이렇게 하면서 뭐랄까 놀면서 같이 찍는 영화다시피 해서 아마 얘기를 나누는 방식이 달랐던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섭외는 학교장님 찾아가서 허락을 받아서 한 2년 정도 공고생들을 찍었습니다.

 

Q. 도시철도공사의 촬영 허가를 받는 일이 굉장히 어렵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영화에 보면 거의 시간 공간 제한 없이 어디든 카메라가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협조를 받으셨나요?

뭐랄까 굉장히 많은 물적 심적 후원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런 식의 어떤 소통이나 이런 게 오간 건 없고요. 그 민주노총 산하에 공공운수노조라는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철도나 항공, 국민건강보험 등 뭐 이렇게 공공성을 띠거나 운수사업 관련해서 같이 있는 노동조합이 있는데 그 안에서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꽤나 힘이 좋은 편이에요. 그래서 제가 노동자 영화을 계속 만들어왔던 와중에 노동조합 간부분들하고 좀 친밀하게 관계를 형성해서 이런 영화를 기획하고 있는데 가능할지를 먼저 타진했고요. 그래서 앞서 이제 2015년에 석달 넉달 정도를 노동조합의 상근자처럼 계속 출근했어요. 그래서 그 안에서 관계 형성을 하고 이제 최종적으로는 이런 영화를 좀 찍어보겠다고 뭐랄까 요청을 드리면서 공사 관계자들을 만났고, 그렇게 허가를 받았죠. 그리고 마침 제가 찍으려 했던 그 시기가 부산지하철 30주년이었어요.그런 시기가 묘하게 겹쳐서 섭외가 가능했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 중 감독님이 좋아하는 장면과 아쉬운 장면은 뭔가요?

일단 화차 같은 게 달리는 장면은 볼 때마다 너무 좋고요. 또 원형의 공간이 나오는 장면을 좋아하는데, 지하철이 보통 사각형 공간이 많은데 원형의 공간이 나오는 지점이 수영에서 센텀시티역 나오는 지점부터에요. 딱 이 센텀시티역 쪽으로 넘어올 때 해저 터널처럼 지어서 레일이 오가기 때문에 그 기점부터가 원형이 되는 형태거든요. 그래서 거기를 넘어오는 씬을 좋아합니다. 볼 때마다 행복하다 느끼고요ㅎㅎ

아쉬운 장면은 이제 어떤 영화가 그 내용을 담보하는 지점이 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만 계속 이제 병렬식으로 보여줄 수 없으니까요. 물론 그 인터뷰 대상들의 얘기는 굉장히 저한테 소중하고 영화 결국 하고자 하는 얘기이긴 했지만 인터뷰로 표현해야만 되는 어떤 씬들이 있는 거죠. 이를테면 매표소 투쟁의 이야기는 현재는 없어지고 사라진 장면들이기 때문에 사람들 일하는 공간에서 노동의 위기를 이야기할 수 없는 거라서 그렇게 한거죠. 그러니까 영화를 만들면서 최후의 선택이 인터뷰였던 거예요. 그래서 사실 아깝고 안타까워요. 계속 표현주의 영화나 혹은 모션으로 계속했던 영화들이 말로 변하는 순간에 어떤 온도 차가 저는 아쉬운 게 아직도 있거든요.

 

Q. 촬영 중에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제가 지하철 기관사 분 찍을 때 멈춰 있는 열차에 가서 찍었는데 야간이었어요. 조감독이랑 촬영하는 친구랑 갔는데 그 친구들이 먼저 장비를 세팅하는 찰나에 제가 좀 싱글 찍어보겠다고 혼자 나서가지고 야간에 좀 촬영을 하고 있었어요. 선로 중간에서요. 거기 인터뷰하신 공간은 호포기지창이거든요. 2호선들이 주로 종착하는 공간인데 거기도 굉장히 여러 레일들이 존재하고 많은 기차들이 시운전을 하거나 아니면 입고하거나 이런 차들이 많은 공간인데요. 그렇게 계속 입고 출고하는 공간을 찍고 있는데 뭔가 뒤에서 철컹철컹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뭐지 하고 돌아보니까 정말 코앞에 열차가 와 있는 거예요. 근데 그 찰나에 봤거든요. 기차에 앉아계신 기관사분이 계셨는데 저를 못 보시거나 아예 생각을 안 하신 거예요. 누가 여기 촬영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니까요. 제가 정말 찰나로 비켜 갔거든요. 진짜 그런 영화들 처럼요. 비키자마자 그때 간담이 서늘하고 지금도 약간 조상이 도우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날이 되게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 트라우마가 있긴 있더라고요.

 

Q. 한국만큼 노동자의 문제를 이렇게 많이 다루는 나라도 없는 것 같아요. 특별히 노동과 노동자라는 게 내 영화 작업의 주요한 신념이 된 그 이유가 있을까요?

시학이나 제 이야기 구성 같은 얘기할 때 보통 내러티브를 가장 쉽게 요약하는 방식은 어떤 개인이 누군가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데 굉장히 힘들다가 굉장히 핵심적인 이야기이고 그 얘기를 굉장히 사람들이 즐거워하면서 봐요. 저한테 노동자들의 어떤 노동조건하조건이나. 총파업을 승리하거나 혹은 해고자들의 복직하고 이런 이야기는 현재 사회에서 가장 이루기 힘든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승리담 중에요. 그래서 저한테는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은 생각이 들고요. 이게 노동과 기계 좀 더 연결돼서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저는 여전히 재미가 있고 가장 흥미로운 요소인 것 같아요. 게다가 점점 이제 산업화 이후에 이미 굉장히 많은 노동자들이 제3차 산업이나 저같이 컴퓨터로 앉아서 일을 하는 쪽으로 넘어오고 있잖아요. 심지어는 뭐 제가 기사에서 봤는데 현대자동차는 어떤 공장은 이미 무인화를 실험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저는 어쩌면 무언가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일종의 화석과 유물 같은 존재가 되어서 제가 만든 이런 영화들같은 아카이브 안에서 어떤 시절처럼 꺼내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런 차원에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