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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클럽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관객과의 대화 : 이태겸 감독 2021-02-21(일)  - 소극장

<나나해> 부대행사 등록

 

 

상영작 :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참석 : 이태겸 감독

진행 : 옥미나 영화평론가

 

Q. 2007년에 <소년감독> 이라는 영화를 찍으시고 2020년에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만드셨는데 사실 중간에 공백기가 좀 길었던 것 같아요.

A.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배우들이 캐스팅까지 다 됐다가 그 이상으로 진행이 안되는 상황이 두 세번 생기면서 영화를 찍지 못하니까 사람이 좀 이상해지더라구요. 암흑기에 빠졌어요. 의욕도 없어지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 기사를 보게 되었어요. 여성분이 사무직에 계시다가 현장으로 갑자기 발령받고 버티고 계시다는 기사를 보고 그냥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영화를 찍어야겠다이런 것 보단 저도 모르게 글을 쓰고 있었던 것 같아요

 

Q.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대학 때 탈춤하고 마당극 하고 배우로도 하고 연출도 하고 그랬었거든요. 거기서 사회 풍자하는걸 많이 하다 보니까 사회적인 문제라든가 인간 본연의 문제 이런 것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갔던 것 같아요. 저도 뭐 재미가 있었구요. 그때 당시 우연히 이주노동자분들이 있는 공장에서 제가 알바를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분이 다치셨는데 아무 데도 못 가더라고요. 불제자니까.. 그분이 제지 기계에 손이 끼였었어요. 그래서 이걸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인데, 성남교회 그 뒤에 보면 바위들이 뭉쳐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이주노동자 분들이 이렇게 각국 사람들이 다 앉아 있어요. 근데 다 팔이 없거나 손목이 없거나 그런 상태로 앉아계신 거예요.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로요. 그때 제가 그때 충격 받았죠. 그때 당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 같은 게 거의 없던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그때 어떻게 단편영화을 만들어 볼까 해서 하게 된 케이스니까 노동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진 건데 그게 노동으로 연결이 됐던 것 같아요.

 

Q. 박정은 대리는 우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이는데 충분히 올 수 있는 상황인데도 전혀 눈물을 보이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에 유다인 배우와 얘기할 때는 정은이라는 인물이 조금 거칠었었거든요. 얘기하는 것도 톡톡 쏘고 와일드한 느낌이 더 강하게요, 근데 유다인 배우가 전체적인 결이 조금 더 차분하면서 가는게 어떠냐고 하면서 여성을 흐트러진 존재로는 표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저도 좋은 것 같아서 그렇게 가자고 얘기를 했어요. 근데 어떻게 사람이 울지 않겠습니까. 아마 집에서는 전화도 하고 뭐 술도 아마 더 많이 먹을 때도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목을 조르고 울고 해변가를 거닐기도 했겠죠.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런 장면들이 저희들이 안 보여줄 뿐이죠. 빙산이 이렇게 있으면 빙산 아랫부분은 안 보여주는, 그러니까 일종의 내면 연기라고 봐야 되거든요. 그 잠재된 부분이 오히려 그 인물이 더 큰 정서를 차지하는 내면 연기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여주는 흐름에서 안 보일 뿐, 그러니까 사람들 앞에서 안 울었을 뿐이죠..

 

Q. ‘위장전입입니다’ ‘인생이 알바다이런 대사들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나오게 된 대사인지 궁금합니다

일단 위장전입입니다는 그래 나는 위장전입으로 왔다가 금방 올라갈 거야 여기 내 진짜 공간 아니야. 절망적 상황에다가 위장전입이야 이렇게 얘기하는 거죠. 막내의 대사같은 경우는.. 요즘에 직업 세계가 사실은 짧게 갔다가 끊어지고 이런 게 되게 많아요. 미국은 그런 부분들이 완전히 현실로 돼 있어서 이직이 되게 자유롭지만 저희는 또 그렇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늘 불안한 고용 어떤 상황 때문에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그러면서 파편화되어 있고 그런 거죠. 그러니까 막내의 입장에서는 알바라고 하는 게 특별히 어떤 새롭게 하는 게 아니라 알바 자체가 나의 직업이라는 거예요. ‘사는 게 알바다라는거죠.

 

Q. 여성 화자를 내세운 이유도 궁금합니다

일단 실화에서 여성분이 사무직이었구요. 실화를 영화로 만들면서 베이스가 되는 두 가지 원칙은 실화의 기본적인 결은 지킨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부분은 내가 정확한 정서적 총리는 모르기 때문에 그걸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였어요. 그래서 이제 직업생활을 많이 한 여성작가 분하고 같이 각색을 했고, 유다인 배우한테도 그 부분은 열어놓고 접근했던 거 같아요

 

Q. ‘직업이란 무엇인가. 생존과 직결된 어떤 것이다이런 얘기들을 잠깐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도 굉장히 많이 하신 것 같아요.

그렇죠. 많이 했죠. 그러니까 그분들이 왜 굳이 거기서 일을 하실까요. 거기는 계속 죽는 곳이에요. 거기서 일정한 간격으로 돌아가 하신단 말이죠. 그러면 다른 일을 하면 되지 왜 하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우리의 생활이라고 하는 건 되게 자유로운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거든요. 얽매여있고 거기서 이탈하는 순간 너무 힘들어져요. 그래서 그 라인을 따라서 살 수밖에 없는데 라인을 따라가는 것조차도 힘들다는 거죠. 그러니까 취직하는 것 자체도 힘든데 취직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는 거예요. 생계의 문제가 다 가족과 이렇게 복합적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우리네 삶이라고 하는 게..여기서 이 직업이라고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근데 이 직업을 너무 잔인하게 다루지 않느냐라는 거죠. 정은처럼 갑자기 싹둑 잘려버리면 그 사람은 어떡하겠어요. 예를 들면 대학생한테 학생임에도 너 학교 나오지마이러면 그 학생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좀 이렇게 직업이라고 할 때도 인간적인 부분을 생각을 어느 정도는 해야 되는 게 아닌가. 너무 효율적인 입장에서만 보는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Q. 어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길 기대하시는지 영화를 보는 걸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이 상영관을 걸어 나가서 무얼 하면 좋을까요. 어려운 질문이죠.

저는 이걸 제가 만들 때 누구한테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안 했어요. 상업영화나 이런 걸 할 때는 목표가 정확하지 않습니까. 근데 저는 이걸 만들 때는 누구한테 보여줘서 만족시키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일단 가장 충실하게 하자. 이 실사의 결에 맞게 찍고 왜곡시키지 않을 것이며 요구에 맞게 작품을 만들어 나가자 여기까지만 생각했어요. 다만 한 가지는 있었죠. 마지막 독백하는 부분. 그러니까 가장 절망에 빠졌을 때 우리는 술을 많이 먹어서 정신이 갈 수도 있고요. 어떤 사람은 충동적으로 절망에 빠졌을 때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절망에 빠지고 힘들어질 때 그 바닥에 도달했을 때 정은처럼 독백할 수 있는 사람은 되야하는 것 아닌가. 저 역시도 좀 힘들어도 그런 독백할 수 있는 사람이 한번 되어보자, 그 목표만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나가시면 그런 독백할 수 있는 사람이 되보자, 힘들더라도 독백하자인 거죠. 자기 자기를 긍정하기를 포기하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