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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싶다] '이강길 감독 추모전' : 이승민 영화평론가 참석 2021-01-24(일)  - 소극장
이강길 감독 추모전 부대행사 등록

상영작 :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참석 : 이승민 영화평론가

진행 : 박배일 감독

 

연민과 예의를 가진, 분노하되 증오하지 않는 정의감

 

 

(박배일) 오늘 만남의 주제가 이강길 감독론 그리고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 대한 대담인데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의 배경이 된 시기가 정권이 바뀌던 때였습니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작품들이 많이 줄어든거 같아요. 그럼에도 현장을 지켜야 하는 카메라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승민) 그 질문은 이강길 감독님이 살아생전에 더 확고히 고민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고요. 비평가로서 저의 의견은 현장이라는 공간을 지키는 카메라가 디지털이 되고 난 다음에 너무 많아졌잖아요. 정권 이후에도 여전히 카메라는 많은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촛불시위나 용산참사처럼 하나의 현장에 수십 대의 카메라가 들어가는게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흩어져 있는 이슈들에 흩어진 방식으로 현장에 카메라들이 존재할 텐데 그 카메라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을 수 있고 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영화로도 나오지 않은 작품들이 많을 거 같아요. 그럼에도 현장에는 꾸준히 각각의 카메라로 기록되고 있고 그 많은 기록을 모아서 어디로 갈 것인가는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결론적으로 저는 현장에는 카메라가 늘 있다고 믿어요. 그런데 그 카메라가 영화화되기까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감독님 입장에서는 현장을 기록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이유로 계속 현장을 기록하려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박배일) 제가 현장에 있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서만 현장의 사람들을 봤다면 단순히 연민의 감정만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주어진 거 같은 권리가 사실은 <살기 위하여><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속의 인물들처럼 현장에서 사람들이 삶과 정신이 무너지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노력으로 지금의 세상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는 그들의 옆에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세대가 누리는 공간, 자연은 살기 위하여노력한 사람들의 싸움과 노력이 유의미하고 가치 있고 저에게는 삶의 큰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 그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준게 제가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장을 계속 지키고 있는 거고 오늘 이강길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도 빚진 마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 감사한 마음도 있고 감독님 옆에 있어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현재까지도 현장에 계속 있는건 아닐까 라는 마음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영화 스틸

 

(이승민) 이강길 감독님이 한번은 술을 많이 마시고 새만금 사업이나 오색케이블 관련해서 계속해서 싸움에서 지니까 문정현 신부님께 전화해서 계속되는 패배에 대해 한탄을 전했다고 해요. 그때, 문정현 신부님이 내가 지금 칠십 평생 거리의 신부로 살면서 싸움을 해봤지만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독재정권이 바뀌었고 4대강 사업의 문제를 파헤쳤다라고 말씀 하셨어요. 개개인의 싸움에서는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지만 결국은 세상은 조금씩 바뀌었고 그 중심에는 항상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얘기를 나누셨다고 하더라고요. 이기고 지는 승부의 세계가 아니라 싸워야 하기 때문에 싸우는 싸움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대단히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 대해 감히 미학에 관해 얘기할 수 있을까? 라는 조심스러움이 따릅니다. 그런데도 현장을 담는 카메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저변에는 현장에 함께하는 감독들에 언제나 빚진 마음과 더불어 존경과 감사함이 따르는 거 같습니다.

 

"연민과 예의를 갖추면서 관객들에게 정의감을 증오감을 소거하고 같이 싸울 수 있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이강길 감독의 힘이자 유산인거 같습니다."

 

(박배일) 작품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들끓는 분노로 현장에 있고 최소한 거리를 두고 뭔가를 표현하려고 하지만 그게 안 될 때가 많거든요. 감독님도 저랑 다르지 않는 마음으로 처음에 갔을 텐데 이런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엄청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대행사 사진

 

(박배일) 이강길 감독 추모전은 코로나19로 인해 1년 동안 연기되었습니다. 추모전을 준비하는 동안 평론가님은 어떤 마음이셨는지..

(이승민) 저는 평론을 하는 사람으로서 작품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가장 많지요. 하지만 이번 추모전을 준비하면서는 감독님을 계속 옆에 혹은 앞에다 두고 감독님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 자리에 저를 놓고 영화를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순간에 감독님은 어떤 모습이셨을까, 이 순간을 선택하신 감독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라는 생각이 우선시 됐어요. 왜냐하면 감독님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었거든요. 카메라를 들고 저와 마주 보고 있는 이강길 감독의 모습보다 현장을 지키며 카메라로 찍고 있는 이강길 감독의 모습을 화면에서 찾아가는게 흥미로운 부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 영화가 무엇(내용, 소재)을 담고 있는가만큼이나 화면 안에 카메라를 든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저 장면을 선택하는 순간은 이 영화 안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등의 질문을 현실과 매칭해서 고민하면 영화가 훨씬 흥미진진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관객 여러분도 작품을 복기하실 때 이런 요소들을 되짚어 보시기 바랍니다.

 

(박배일)저는 오늘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보면서 영화 중간에 감독님이 문화재청으로 들어가는 사분들에게 카메라 뒤에서 화이팅! 잘 하고 와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딘가에서 우리들에게 그런 말씀을 해주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감독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여러분도 이 자리를 통해 각자만의 추모하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라면서 이 자리를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