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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행사

[인디플러스 개관 5주년] <태어나길 잘했어> : 최진영 감독, 강진아 배우 2021-03-13(토)  - 소극장

<태어나길 잘했어> 부대행사 등록

 

상영작 : <태어나길 잘했어>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참석 : 최진영 감독, 강진아 배우

진행 : 옥미나 영화평론가

 

 

Q. <> 후반 작업을 하다가 꿨던 꿈에서 영감을 얻어서 <태어나게 잘했어> 를 만들게 됐다고 들었는데요.

. <> 라는 영화가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인데 아시겠지만 정말 비극적인 현대사였잖아요. 그래서 6개월 정도 준비하는 동안 제주도에 계속 가서 자료 조사를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비극적인 한국 현대사를 마주보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불면증도 좀 심했고 저 스스로도 많이 가라앉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날 후반 작업 중에 오랜만에 낮잠을 잤어요. 그날도 장마철이였는데 20126월 정도였던 것 같아요. 낮잠을 자는데 꿈에서 제가 벼락을 맞고 집에 와 보니까 저랑 이름이 같은 남자 분이 계시고 갑자기 저한테 같이 살자고 하는 거예요. 제가 그때 연애를 하고 싶었나 봐요제 안에서 쪼개져 나온 남자 분하고 같이 살면서 사랑에 빠지는 꿈이었어요. 그때 불면증이 심해서 가라앉아있고 저 자신에 대한 혐오도 좀 있었던 찰나에 그런 꿈을 꾸고 나니까 뭔가 에너지 같은 것들로 올라오면서 나 자신을 좀 사랑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꿈이 모티브가 돼서 제작을 했습니다.

 

Q. 크레딧을 보니까 노숙자와 식당이모 역할까지 이름이 있더라구요. 영화에서 이름이 노출되는 인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분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신 이유가 뭘까요?

저의 영화 어쩌면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노숙자, 식당이모라도 사실 그 개개인의 어떤 존재들이 분명히 있는데 항상 우리가 그런 존재들을 생각하지 않고 크레딧에 올리곤 했던 것들이 마음에 좀 빚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단편 작업할 때도 웬만하면 모든 사람에게 고유의 이름을 붙여주자고 다짐을 해서 이번에 <태어나길 잘했어> 에서는 정말 다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Q. ‘태어나길 잘했어'라는 제목에 대한 질문인데요. 춘희의 삶은 학교 가정 어른이 돼서도 홀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제목을 <태어나게 잘했어> 라고 잡으셨을까요?

그 말은 항상 해주고 싶었어요. 저 역시도 제 주변을 떠났던 사람들도 있고. 되게 복잡한데 뭔가 끈을 놓고 싶은 마음들은 누구나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것이 뭐 죽음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근데 어쨌거나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전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럼 좀 더 근원적인 것들을 생각을 해봤을 때,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런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그러다보니 나는 왜 태어났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됐는데, 그런 질문 자체가 앞으로의 지속적인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해답을 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태어나길 잘했어라는 제목을 정했어요. 사실은 저도 <태어나길 잘했어>가 제대로 된 첫 장편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너무 서툴렀고 헷갈렸고 그래서 이 작업을 하는 도중에 많이 흔들렸었어요. 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런데 이 작업이 끝나갈 때쯤에 그런 저의 어떤 실수나 부족한 결핍들이 생각이 안 나고 여기까지 온 저 자신이 대견스럽더라고요. 그런데 그것이 저 혼자가 아니라 진아씨를 비롯한 동료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선물같이 해주고 싶은 말을 고민한 거예요. 그래서 크레딧 마지막에 태어나길 잘했어가 관객분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사실은 진아 씨를 비롯한 우리 동료들에게 너무 해주고 싶은 저의 어떤 언어로서 최대치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아요.

Q. 두 분이 처음 뵙게 어쨌든 간에 술집에서 영화제 뒤풀이 영화제 뒤풀이 술집에서 만나서 감독님이 강진아 배우님한테 팬입니다'를 외치며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고 들었는데. 강진아 배우님은 시나리오를 받아 보시고 어떤 점에 매료되셨을까요.

저는 소재에서 일단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라고 느꼈던 이유가 IMF시기를 저희 가족이 되게 뜨겁게 겪어서 그 이야기들이 남 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드디어 나한테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계속 감독님하고 이야기 정말 많이 했고 발전시켜나가기도 했지만 사실 초고때부터 그 소재에 마음이 많이 갔기 때문에 이 영화의 배에 올라타야겠다 싶었어요.

 

Q. 영문 제목이 <The slug> 더라고요. 민달팽이가 영문 제목으로 사용이 됐는데 어떻게 정하게 된 건가요?

사실은 작년 여름까지 영제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부산영화제에서 상영을 하게 됐다고 연락이 와서 급하게 영제를 구하게 된거죠. 처음에는 진짜태어나게 잘했어라는 영어 제목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 일곱 글자가 한국말로 했을 때 어감이 좋지만 이게 영어로 했을 때는 과연 이 정도의 느낌이 올까 라는 생각에서 고민이 되게 많았어요. 그래서 어쨌거나 느리지만 끝까지 혼자 가고 있는 홀로 가고 있는 춘희의 모습을 대체할 수 있는 오브제나 상황들이 뭘까 고민했는데 머리를 스쳤던 게 정말 몇몇 인서트에 등장했던 민달팽이가 확 떠오르더라고요. 집이 없고 자웅동체이고 어쨌든 자아가 쪼개진 춘희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거구요. 그래서 느리지만 끝까지 가고야 마는 마음들이 이렇게 좀 와 닿아서 민달팽이로 제목을 지었으면 좋겠다라고 피디님하고 상의했는데 피디님도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하셔서 <The slug> 고 짓게 됐습니다.

 

Q. 그런데 춘희는 다한증 때문에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 걸까요 아니면 스스로 사회에서 숨어버린 걸까요? 마늘을 까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 부분들을 생각을 못 했었는데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진아 배우님께서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뭔가를 계속 끊임없이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것이 나의 가장 큰 장애였는데 이 장애를 벗어날 수 있는 어떤 획기적인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고기를 먹다가 마늘을 봤는데 딱 꽂히더라고요. 마침 또 사촌오빠 가게에 마늘이 꼭 필요했고요.

 

Q. 어른 춘희가 처음에 어린 춘희를 만났을 때 오른손 흉터부터 확인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강진아 배우) 영화 엔딩 즈음에 어린 춘희가 불에 손 가까이 됐을 때 어른 춘희가 이걸 막잖아요. 그걸 저는 막았다고 생각을 해요 너는 내가 가지고 있던 상처를 그렇게 치유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의 마음으로. 그래서 이제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상처가 너한테도 있는지 확인하는 건 정말 네가 나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었고 근데 없으니까 관객들은 왜 없을까 하고 얘기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본인의 신호는 가장 정확하게 나는 것이 손바닥이 흉터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되고요.

 

Q. 어린 춘희를 보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데요. 시대를 90년대 후반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이 시나리오를 쓸 때 자기혐오에 빠졌다고 했었잖아요. 음 그런데 너무 저 자신을 미워하는게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하기도 했고 그렇게 연민으로 빠져서는 안되겠다 했어요. 예전에 제가 98년 그때 쯤 제가 고등학교 올라갈 때였고 그때 제가 처음으로 느꼈던 어떤 사회적인 죽음들을 보면서 그 시대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20년 넘게 계속해 나왔는데 그때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겠다는 것이 합쳐져서 이렇게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작업하는 강진아 배우도 비슷한 동년배여서 그것들에 대한 어떤 공감이나 생각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시대를 꼭 고집을 해야겠다'라고 하는 것은 쓸 때도 그랬고 마지막에도 그랬고 변함이 없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