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6명의 영화감독, 또는 세 쌍의 ‘짝패’ 작가들을 통해 되돌아보는 동시대 한국영화/비평

언젠가부터 나에게 한 감독의 영화를 보면 자꾸 다른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게 되는(또는, 그래야 한다는 비평적 강박을 느끼게 되는) ‘짝패’ 감독들이 생겼다. 홍상수와 장률, 박찬욱과 봉준호, 그리고 김태일과 김응수가 바로 그들이다. 이번 강의는 이 습관적 연상(또는, 강박적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 짝패 작가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지점들에 대해 질문하고 따져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바라건대 이 자리가 동시대 한국영화비평이 습관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어떤 개념들(윤리, 작가/장르, 다큐멘터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 때, 한국영화/비평에서 (공공연하게) 홍상수의 짝패가 김기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암묵적으로) 김기덕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장률이다. 영화 카메라를 자신의 윤리적 질문에서 비롯된 글쓰기 도구로 사용하는 이 두 작가들을 통해 영화의 윤리, 영화비평의 윤리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유사한 장르적 취향을 보여주고 있는 이 두 감독은, 동시에 그 유사한 영화적 감성이 얼마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멀어질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고전적인 작가/장르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이 두 감독들의 사례를 통해 ‘작가/장르’ 개념의 현재적 의미, 또는 동시대적인 (변형)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한때 ‘시네마(토그라피)’와 동의어였던 다큐멘터리가 어는 때인가부터 ‘시네마’의 변방이 되었다. 하지만 언제인가부터 시네마의 미래는 ‘다큐멘터리적인 것’에 있음이 또한 분명해졌다. ‘다큐멘터리적인 것’이란 ‘삶과 영화의 자유간접화법’의 다른 이름이다. 김태일과 김응수는 서로 너무나 다른 기질/취향/스타일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삶과의 자유간접화법을 통해 동시대 한국영화의 최전선에 서있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이 두 감독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지점을 치열하게 들여다봄으로써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즉 ‘영화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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