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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상영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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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독일 영화의 봄

[시네마테크] 독일 영화의 봄

[Cinematheque] Focus on the Contemporary German Cinema

2019-02-01(금) ~ 2019-02-28(목)

상영작

마렌 아데: 나만의 숲(2003) / 에브리원 엘스(2009) / 토니 에드만(2016)

발레스카 그리세바흐: 갈망(2006) / 베스턴(2017)

토마스 아슬란: 그림자 속에서(2010)

울리히 쾰러: 방갈로(2002) / 월요일의 창문(2006) / 수면병(2011) / 인 마이 룸(2018)

벤야민 하이젠베르크: 슬리퍼(2005) / 도둑(2010)

앙겔라 샤넬렉: 마르세유(2004) / 오후(2007) / 오를리(2010) / 꿈길(2016)

크리스티안 페촐트: 볼프스부르크(2003) / 열망(2008) / 통행증(2018)

크리스토프 호흐호이슬러: 바로 이 순간(2003) / 저자세(2005) / 시티 빌로우(2010)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박인호 (영화평론가)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돌아보면 20세기 독일 영화에는 두 번의 전성기가 있었습니다. 우파(UFA)를 기억하십니까. 1917년 설립된 이 독일 스튜디오는 1919년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감독 로베르트 비네)을 내놓으며 세계 영화사에 독일 표현주의 운동의 거대한 족적을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F. W. 무르나우, 프리츠 랑, G. W. 팝스트 등 무성 영화 시대의 거장들을 발굴하며, 독일을 세계 영화 미학의 중심지로 만듭니다. 1927년 친나치 인사가 스튜디오의 수장이 될 때까지 우파는 이후 랑과 무르나우를 포함해 할리우드로 건너가 자신의 전성기를 열게 될 수많은 거장들을 배출합니다. 이 시기를 독일 영화의 첫 전성기라 부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전성기는 1962년 이른바 오버하우젠 선언으로 등장한 신세대 감독들의 주도로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젊은 감독 26명은 독일의 기존 영화 산업에 사형 선고를 내리고 국제적인 새로운 영화의 탄생을 선언했습니다. 이 선언에 참여했거나 영향을 받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빔 벤더스, 베르너 헤어초크, 폴커 슐렌도르프, 한스 위르겐 지버베르크, 알렉산더 클루게,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 등이 1970년대 뉴 저먼 시네마의 시대를 열게 됩니다. 매끈하고 화려한 상업 영화를 거부하고 거친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기조로 삼으며 나치와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 유산, 현대 사회에 내재된 폭력성, 인종과 젠더의 문제 등을 탐구한 뉴 저먼 시네마는 이 그룹의 주도자 중 하나였던 파스빈더가 1982년 자살할 때까지 지속됩니다. 


이후 20년 가까이 독일 영화는 긴 침체기에 빠져듭니다. 벤더스나 헤어초크, 스트라우브 등 뉴 저먼 시네마의 몇몇 감독들이 뿔뿔이 흩어져 창작 활동을 지속했지만 국제적으로 독일 영화의 성가는 앞선 두 전성기에 비하면 눈에 띌 만큼 하락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같은 사정은 21세기에 들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물론 <타인의 삶>(2006) 같은 상업적 성공작들이 대중의 시야를 독일 영화에 돌리도록 만들긴 했지만, 진정한 변화는 독일 평론가들이 ‘베를린학파’라 부른 일군의 새로운 감독들의 등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2019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의 첫 기획전 ‘독일 영화의 봄’은 독일 영화의 미학적 자존을 다시 세우고 있는 이 새로운 감독들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로 마련되었습니다. 독일영화텔레비전아카데미(DFFB) 출신의 1세대인 앙겔라 샤넬렉, 크리스티안 페촐트, 토마스 아슬란, 그리고 2세대에 해당되는 울리히 쾰러, 발레스카 그리세바흐, 마렌 아데, 벤야민 하이젠베르크, 크리스토프 호흐호이슬러 등이 독일 영화의 봄을 부르고 있는 새로운 감독들입니다. 유운성 평론가는 “나치, 비밀경찰, 통일, 이민자 문제 등 ‘큰 주제’를 다루어 최근 세계 영화 시장에서 제법 성공을 거둔 주류 독일 영화들과 달리 이들 베를린학파 영화들은 오늘날 독일인들의 일상적 삶의 미시적 관찰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요약하며, 이들이 “한때 이론적으로 논구되었던 정치적 아방가르드의 기획을 모던한 내러티브 영화에 탈정치적으로 재도입하려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입니다.  


이들의 영화가 도전적이라 해도, 아방가르드의 미학적 실천이나 영화광적 유희로 나아가지 않고 진중한 서사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의 작업은 친숙한 장르적 서사에 담긴 고밀도의 비극적 긴장, 일상의 풍경 아래 전개되는 복합적인 사건의 선들, 궁지에 몰린 인간 군상들의 다채로운 감정의 결들을 지향합니다. 어느 경우에도 오늘의 세계에 대한 근심이 방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베를린학파의 영화를 네오리얼리즘의 인텔리겐차적 다시 쓰기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창작에서 학파라는 단어가 거의 무용해진 것처럼 보이는 21세기에 새로운 미학적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 독일의 젊은 영화들과 함께 2019년의 새봄을 맞으시길 빕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