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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21세기 거장전 2018

[시네마테크] 21세기 거장전 2018

2018-06-19(화) ~ 2018-07-11(수)

21세기 영화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 이 시대의 거장 5인과 만납니다.


* 호세 루이스 게린

* 루크레시아 마르텔

* 엘리아 술레이만

* 안드레아 아놀드

* 알베르 세라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 별 강 연

강연: 영화평론가 남다은

일정: 6/29(금) 18:30 <아메리칸 허니> 상영 후


강연: 영화평론가 정한석

일정: 6/30(토) 15:00 <루이 14세의 죽음>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박인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영화의 정체성이 극심한 혼돈에 휩싸인 21세기 초를 후대의 영화사가들이 어떻게 기록할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재능은 세기가 바뀐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등장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발견의 기쁨을 꾸준히 선사해 왔습니다. 20세기 거장과 고전영화뿐만 아니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영화예술가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 온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21세기의 젊은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순례하는 특별전을 6월 19일부터 개최합니다. 이번에 소개되는 5명의 감독들은 신체 연령으로는 젊다고 할 수 없지만, 대중영화의 관습은 물론이고 도식화된 예술영화의 패턴으로부터도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과 접근법으로 21세기 영화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먼저 두 명의 여성 감독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국 태생의 안드레아 아놀드는 이번에 소개되는 5인의 감독 중 한국 관객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한 이름일 것입니다. 그가 만든 4편의 극영화 중 3편이 국내에 개봉되었고, 특히 <폭풍의 언덕>은 소위 예술영화로는 드물게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아놀드는 <폭풍의 언덕>을 제외한 그의 세 작품이 모두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특별한 기록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TV 연기자로 활동하다 45살이 넘어 장편 데뷔작을 만들기 시작한 이 시네아스트는 그 스스로 ‘초상화의 프레임’이라고 부른 4:3의 표준사이즈 화면을 고집합니다. 아놀드의 영화는 젊은이, 빈민, 여성 등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킵니다. 하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사회파 감독인 켄 로치나 다르덴 형제와는 달리, 사회 시스템보다 인물들의 상처받은 내면 혹은 그들의 내적 혼돈에 집중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는 인물들 곁에서 함께 여행한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인물을 분석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인물과 함께 동행하며 세계의 질감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감각적이고도 세련된 터치 때문일 것입니다. 초상화 장르라는 것이 있다면 안드레아 아놀드의 영화는 최상위권에 오를 만합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크레시아 마르텔은 21세기 남미 영화계의 여제라 불릴 만한 인물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 켄트 존스는 “내 생애 마주친 감독들 가운데 진정으로 재능 있는 인물 중 하나이다. 그의 영화는 일상의 삶의 질감, 소리, 촉감, 냄새에 뿌리를 박고 있지만 그것을 좀 더 위험하고 황홀한 다른 차원의 기묘한 세계로 조율해 낸다.”고 마르텔을 상찬한 바 있습니다.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타락한 부르주아의 삶을 차가운 시선으로 묘사한 장편 데뷔작 <늪>, 종교적 강박증에 억눌린 십 대 소녀의 섹슈얼리티를 건조하면서도 시적인 화면에 담아낸 <홀리 걸> 두 편만으로 단번에 남미 영화계의 신성으로 부상한 마르텔의 영화를 평자들은 비선형적이며 교란된 서사와 그 틈을 돌출하는 강렬한 상징성으로 특징짓습니다. 2017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힌 <자마>에서 마르텔은 역사와 풍경에까지 시선을 확장하며, 사회적이면서도 영적이고 초월적인 남미 영화의 풍성한 유산을 계승해 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다른 개성을 지닌 스페인의 두 거장을 소개합니다. ‘바르셀로나 아방가르드의 마스터’라 불리는 호세 루이스 게린은 1985년 극영화 <베르타의 동기>로 데뷔했지만, 이후 다큐멘터리에 중심을 두고 작업해 왔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필름으로 허구를 만들어 가는 <그림자 열차>나 허구의 인물과 실제 공간을 결합한 <실비아의 도시에서>와 같은 극영화조차 다큐멘터리적인 요소에 깊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든 극영화에서든 게린의 작업은 작은 순간들의 기록자의 태도를 버리지 않습니다. 거기엔 사건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으며 눈 깜빡임, 무의식적인 제스처, 돌발적 웃음, 우연히 들려오는 소음들, 풍경의 빛과 그림자들이 그의 영화를 가득 채웁니다. 게린은 인물과 풍경 앞에 선 화가처럼 작은 순간들의 반짝임 그리고 시간의 경과를 통해 드러나고 미묘하게 변화하는 세계의 표정을 하나의 영화적 초상화로 그려 내려 합니다.  


스페인의 또 다른 신성 알베르 세라는 1975년생으로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감독 중 가장 젊으며 작품과 성품 양면에서 대단히 도전적인 인물입니다. 그의 주인공들은 돈키호테와 산초, 동방박사, 카사노바와 드라큘라, 루이 14세 등으로 모두 소설이나 역사에서 끌어온 캐릭터들입니다. 하지만 세라는 이 인물들이 연관된 기존 이야기를 재해석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이 비현재적 인물들에게 육중한 현재감을 부여하는 데 전력을 다합니다. 카메라는 때로 롱숏으로만 일관하거나(<기사에게 경배를> <새들의 노래>), 반대로 거의 클로즈업으로 채워지기도 하지만(<루이 14세의 죽음>), 영화는 그들의 느리고도 집요한 살아 냄의 과정에 몰두합니다. 마치 러닝타임의 매 순간을 견뎌 내려는 듯한 그들의 표정과 움직임은 어떤 성취나 비극적 결말 없이도 마침내 모종의 세속적 숭고함에 이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엘리아 술레이만은 1960년에 태어난 팔레스타인 출신 감독입니다. 그의 영화는 자신의 가족과 자신이 겪었으며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고난을 다루지만, 자신들의 참상을 고발하거나 가해자로서의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데 몰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B급 영화의 황당무계한 상상력, 블랙코미디의 감각, 냉정한 다큐멘터리적 터치를 결합해 전례 없는 혼성 장르영화를 빚어냅니다. 자신의 극영화 대부분에서 직접 주연을 맡은 술레이만은 가혹한 현실과 엉뚱한 상상력이 뒤섞인 자신의 영화적 난장 안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하며 체념한 듯 때론 조롱하는 듯 부서진 세상을 응시합니다. 그가 필사적으로 피하려는 것은 엄숙의 강요와 즉각적인 감정적 동일시입니다. 그가 멍한 얼굴로 농담과 치기에 가까운 상상력으로 영화 속 참상을 돌파하려 할 때, 우리가 감지하게 되는 것은 그것으로밖에는 추한 현실을 견딜 수 없는 속울음과 같은 것입니다. 


거의 수공업적 방식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개척해 온 젊은 거장 5인의 작품들과 함께 영화 세상의 여전한 역동과 아름다움을 목격하시길 빕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