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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로메르의 계절과 도덕 이야기

[시네마테크] 로메르의 계절과 도덕 이야기

Tales of Eric Rohmer

2018-01-26(금) ~ 2018-02-10(토)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Program Director's Comment


에릭 로메르는 오즈 야스지로와 함께 한국의 시네마테크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소수의 거장에 속할 것입니다. 아마도 그의 영화들이 예술 영화의 표지로 알려져 있는 형식적 난해성과 거리가 먼데다, 대부분 일상적인 소재를 벗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스의 느낌마저 불러일으키는 인물들의 감정적 모험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네크는 시네마테크부산 시절부터 몇 차례의 로메르 회고전을 열어 왔습니다. 단지 그가 ‘인기 있는’ 거장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외관상의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는 거의 모순적이기까지 한 여러 층위의 결들이 미세하게 얽히고설켜 보면 볼수록 아득한 미로의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달리 말하면, 위대한 작품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볼 때마다 다른 점들이 드러나는 복합적이고 중층적이며 비밀스런 텍스트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로메르는 장 르누아르, 존 포드, 오즈 야스지로와 함께 그의 기획전을 매년 개최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2018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첫 행사로 에릭 로메르의 영화 12편을 만나는 기획전을 엽니다. 희극과 격언 이야기 연작으로 알려진 작품들과 계절 이야기 연작이 이 기획전에 포함됩니다. 로메르는 대표작을 꼽기 힘들어 그를 사랑하는 영화광들조차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이 제각각인 소수의 거장 가운데 한 사람이긴 하지만, 이번에 상영될 영화들은 에릭 로메르의 진수를 담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로메르에게 ‘계절’과 ‘도덕’은 특별한 단어이며, 그의 영화를 특징짓는 핵심어라고 생각됩니다. 로메르는 영화감독의 역할이 세계의 질서정연한 아름다움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 그것을 기록하는 데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거의 모든 영화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했으며 촬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들도 날씨를 고려하여 내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로메르는 자신의 영화를 ‘날씨의 노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계절이라는 자연 현상이야말로 로메르에겐 영화가 순응해야 할 거대한 질서일 것입니다. 따라서 제목에 계절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에서도 계절은 로메르 영화의 기운과 정서를 결정짓는 큰 형식이 됩니다.


도덕은 로메르 영화에서 어쩌면 더 중요하지만 다소 모호한 단어입니다. 로메르 영화에서의 도덕은 한국어의 도덕과는 다른, 포괄적인 의미의 단어로 ‘정신성에의 관심과 추구’에 가깝습니다. 로메르는 자신을 ‘모럴리스트’로 칭하는데, 그 의미를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하는 데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합니다. 로메르의 인물들은 종종 어떤 결정을 앞두고 그 결정에 어떤 정신성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설명하려 합니다. 그 설명의 난관이야말로 로메르 영화의 감정적 서스펜스를 빚어내는 것입니다. 


한편에 계절이라는 세계의 거역할 수 없는 거대 질서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작은 일에서조차 정신적 자기만족에 이르는 데 힘겨워하는 인간들의 몸짓이 있습니다. 이 모순된 요소가 로메르 영화의 보이지 않는 긴장과 힘을 낳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로메르를 처음 만나시는 분들은 물론, 다시 보시는 분들도 그 긴장과 힘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시길 빕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