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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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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루키노 비스콘티 회고전

[시네마테크] 루키노 비스콘티 회고전

Luchino Visconti Retrospective

2017-12-10(일) ~ 2017-12-23(토)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강연

강연: 영화평론가 한창호

일정: 12.14.(목) 19:00 <센소>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박인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연말의 연례 기획전인 ‘오래된 극장’에 앞서, 올해 시네마테크의 대미를 장식할 감독은 이탈리아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입니다. 비스콘티는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문학과 회화에 대한 깊은 지식뿐만 아니라 오페라와 연극에서도 중요한 경력을 쌓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영화예술가 중 한 사람입니다. 


비스콘티는 어떤 간섭과 개입도 허용하지 않는 비타협적 예술가로서 카메라워크는 말할 것도 없고 세트, 의상, 소품에서부터 극 중 공연 장면의 세부까지도 치밀하게 연출하는 전설적 완벽주의자입니다. 유례없이 까다롭고 섬세한 손과 감각으로 빚어진 아름답고 풍성하고 염세적이지만 웅장한 그의 영화는 영화광뿐만 아니라 광범한 예술애호가들까지 매혹시켜 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 세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비스콘티는 거대한 모순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귀족적 마르크스주의자’. 이 형용모순의 호칭이 루키노 비스콘티라는 기묘한 시네아스트를 설명하는 데 더없이 적절한 수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비스콘티는 진정한 귀족이다. 귀족적 환경에서 자란 탓이건, 아니면 태생이 귀족 출신이건, 그는 누구에게도 없는 귀족적 감각이 있다. 나는 그를 몇 번 만나 봤지만, 정말 다가가기 힘든 사람이었다.”


비스콘티에 관한 중요한 작가론을 쓴 영국 영화학자 제프리 노웰 스미스는 더 세밀하게 말합니다. “귀족주의자이자 마르크스주의자, 리얼리스트이자 멜로드라마 작가, 오페라의 프로듀서이자 걸출한 장식가인 비스콘티는 가장 도발적이며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전후 영화예술가이다. 나는 그의 영화의 핵심을 잡아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비스콘티는 탈고전적인 텍스트 전략 및 탈스튜디오 제작 방식과 함께 좌파 정치학을 공유했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트리오(로베르토 로셀리니, 비토리오 데 시카, 루키노 비스콘티)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세 사람의 행로는 곧 갈라집니다. 로셀리니가 스크린을 버리고 TV로 옮겨 가면서도 모던 시네마의 원류를 형성하는 동안, 데 시카는 통속적 멜로드라마로 회귀합니다. 비스콘티는 그 사이에 머무릅니다. 그는 영화의, 그리고 예술의 빛나는 고전기가 끝났음을 자각하면서도 로셀리니의 지적 비상도, 데 시카의 상업적 퇴각도 거절하고, 완강하게 스크린의 관능을 고집합니다. 한때의 마르크스주의자는 이제 퇴행적 귀족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모든 예술적 자원들을 스크린에 소집해 교향악단의 마에스트로처럼 열정적으로 지휘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2차 대전 후의 세계가 그러하듯 스크린에도 더 이상의 약속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예민한 유럽 교양주의자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이제 곧 사라질 낙조가 그러하듯, 그의 스크린은 미장센이 풍성할수록, 그러니까 축제가 더 화려해지고 군무가 더 역동적일수록 더욱 비통한 감정과 염세적 비전으로 가득합니다. 이를 장관(壯觀)의 퇴행이라 부를 만합니다. 그는 아마도 고전주의와 모더니즘 사이의 과도기적인 존재, 곧 사라질 시네아스트로서의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 ‘루키노 비스콘티 특별전’은 저작권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된 <이방인>(1967)을 제외한 그의 전작이 상영됩니다. 큰 화면은 비스콘티 영화를 보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의 영화가 지닌 풍성하고도 섬세한 미장센, 우아한 움직임의 선들과 속도, 편집의 미묘한 리듬감 등 그가 심혈을 기울인 영화적 기예들은 오직 스크린으로만 제대로 감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특별한 스크린의 장관을 놓치지 마시길 빕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