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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예정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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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자크 로지에 & 기욤 브락 특별전

[시네마테크] 자크 로지에 & 기욤 브락 특별전

Jacques Rozier & Guillaume Brac

2021-01-22(금) ~ 2021-01-31(일)


상영작(10편)

 

자크 로지에(4편)

아듀 필리핀(1962) / 오루에 쪽으로(1971)

거북섬의 표류자들(1976) / 맨느 오세앙(1986)

 

기욤 브락(6편)

조난(2009) / 여자 없는 세상(2011) / 토네르(2013)

7월 이야기(2017) / 보물섬(2018) / 전원, 승차!(2020)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Program Director's Comment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의 올해 첫 기획전의 주인공은 자크 로지에와 기욤 브락입니다. 이 두 프랑스 감독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두 사람의 작품 중 국내에 개봉되었거나 VOD로 접할 수 있는 영화는 한 편도 없으며, 몇몇 영화제나 시네마테크에서 드물게, 그것도 그들의 두세 작품만이 소개되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아직 한국 시네필 문화에서 본격적인 논의나 탐구의 대상이 된 적이 없는 변방의 작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사정은 해외는 물론 프랑스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자크 로지에는 누벨바그의 일원으로 등장한 데뷔 시절 외에는 국제영화제에서도 평단에서도 특권적인 작가로 주목받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기욤 브락의 경우, 칸영화제의 어떤 부문에서도 그의 영화가 상영된 적이 없습니다.(21세기 칸영화제의 독식 체제를 떠올리면, 브락에 대한 경시는 확실히 이례적입니다.)


두 감독을 함께 소개하게 된 이유는 물론 그들의 변방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자크 로지에는 1926년생이며 기욤 브락은 1977년생으로 50년 이상의 격차가 있지만, 두 감독은 모두 장 비고와 장 르누아르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프랑스 영화의 시적 리얼리즘 전통의 위대한 계승자들입니다. 넓은 의미의 시적 리얼리즘(1930년대의 인민 전선 시대를 전후한 특정한 시대적 사조로서의 시적 리얼리즘이 아니라)은 무대가 아닌 장소를, 캐릭터가 아닌 사람을, 극적 구성이 아니라 흐름을, 행동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을 존중함으로써 인식론적 예술이 아닌 존재론적 예술로서의 영화를 정당화해 왔고, 기록과 허구의 경계를 초월하는 상상력과 영감을 쉼 없이 제공해 왔습니다. 로지에와 브락은 큰 세대 차에도 불구하고 세계와 인간의 생동을 가공되지 않은 시선과 시적 직관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분명한 영화적 혈육인 것입니다. 


데뷔작의 성가만으로 본다면 자크 로지에는 누구 못지않게 걸출한 프랑스 누벨바그의 일원이었습니다. 그의 장편 데뷔작 <아듀 필리핀>(1962)을 두고 당시 프랑스 비평 전선을 이끌던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이렇게 평합니다. “이 영화는 누벨바그의 완벽한 본보기이다. 이동 촬영, 새로운 얼굴 선택, TV 스타일의 차용, 서사의 심드렁함 등, 그 방법들이 누벨바그의 가장 명석하고 순수한 미덕을 보여 준다." 장 뤽 고다르는 이 영화가 ”최근 수년간의 가장 뛰어난 프랑스 영화“라며 자연 공간과 풍경의 시정 가득한 주관적 프레이밍이라는 면에서 자크 로지에를 로버트 플래허티, 장 루슈 혹은 알렉산더 도브첸코와 같은 위대한 시인이라 상찬합니다. 하지만 로지에는 이후 TV를 주무대로 작업하면서 불과 4편의 영화밖에 더 만들지 않음으로써 쟁쟁한 누벨바그 동료들에게 철저히 가려집니다. 하지만 그의 짧은 필모그래피만으로도 데뷔작에 대한 당대의 평가가 온전히 정당했으며, 로지에가 데뷔작의 태도와 방식을 평생 지켜 낸 위대한 시네아스트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 속하는 기욤 브락은 아마도 가장 덜 알려진 차세대 거장일 것입니다. 눈 밝은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와 물의 멋진 궁합을 몸소 연출하는 감독으로 현대 프랑스에서는 기욤 브락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보다 영화를 더 신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또한 페드로 코스타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숏을 찍을 수 있는 감독’이다.” 자크 로지에 역시 그랬지만 기욤 브락의 영화가 포착하려 하는 것은 삶과 세계의 유동성입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전원, 승차!>가 그토록 감동적인 것은 사소한 일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몸짓 및 표정들에서 흐르는 물과 같은 리듬과 유연성 그리고 덧없고 아스라한 시간 감각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브락 역시 아직 불과 4편의 장편 그리고 몇 편의 단편을 만들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의 이름이 앞으로 더욱 빛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두 감독의 작품에서 우리는 영화를 닮으려 하는 삶과 삶을 닮으려 하는 영화를 식별할 수 없습니다. 그 식별 불가능성이 두 사람의 방법이고 윤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의 작고 부드럽지만 한없이 강인한 영화가 이 OTT 시대에 역설적으로 시네마의 존재 이유를 증언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