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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예정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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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21세기 일본 영화의 재조명

[시네마테크] 21세기 일본 영화의 재조명

Focus on the Japanese Films in the 21st Century

2018-11-27(화) ~ 2018-12-06(목)

상영작

모리사키 아즈마 : 닭은 맨발이다(2004)

만다 구니토시 : 언러브드(2001) / 입맞춤(2007)

이가라시 고헤이 : 밤비 내리는 목소리(2008) / 연인처럼 숨을 멈춰(2014) / 다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2017)

이구치 나미 : 개와 고양이(2004) / 남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2007)

하마구치 류스케 : 해피 아워(2015) / 아사코 I & II (2018)

기요하라 유이 : 우리 집(2017)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박인호 (영화평론가)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일본 영화 하면 어떤 영화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요. 영화광들이라면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 미조구치 겐지,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옛 거장들의 작품, 재패니메이션 애호가라면 미야자키 하야오나 오시이 마모루 등의 창의적 애니메이션, 호러 마니아라면 미이케 다카시나 나카다 히데오 등의 공포 영화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다수의 한국 관객에게 가장 친숙해진 일본 영화는 감성적인 청춘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아사노 타다노부, 츠마부키 사토시, 오다기리 조 등의 청춘스타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2000년대 초중반의 멜로드라마, 최근 호소다 마모루, 신카이 마코토 등의 서정적 애니메이션이 21세기 일본 영화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일본 영화의 미학적 성취는 전세기에 비해 후퇴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가와세 나오미의 작품이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일본 영화의 미학을 대변하고 있지만, 이마무라 쇼헤이, 오시마 나기사, 스즈키 세이준 같은 원로 감독들, 희귀한 재능의 소마이 신지, 괴물 신예라 불린 기타노 다케시, 영화광 출신의 미학적 혁신가들인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 신지, 스와 노부히로, 그리고 강렬한 개성의 장르 영화 감독인 츠카모토 신야와 소노 시온 등이 각축한 20세기 말과 2000년대 초에 비하면 얼마간 왜소해졌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인상은 혹시 우리가 달콤한 청춘 영화에 둘러싸여 21세기 일본 영화의 다양한 면모를 제대로 접하지 못했기에 생긴 선입견이 아닐까요?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영화가 태어나고, 새로운 재능이 싹트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21세기 일본 영화의 재조명’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최근 10여 년간 일본 내외에서 주목받은 문제작들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이 기획전에서는 82세의 원로 모리사키 아즈마에서부터 27세의 신인 기요하라 유이에 이르는 다양한 감독들의 작품 11편이 소개됩니다. 


이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이름은 <아사코 Ⅰ&Ⅱ>로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하마구치 류스케일 것입니다. 일본 내에서 “히치콕의 <현기증>에 비견할 만한 걸작”(평론가 미우라 데츠야)이라는 극찬을 받은 <아사코 Ⅰ&Ⅱ>뿐만 아니라 317분에 달하는 <해피 아워>를 통해 범상한 이야기 속에서 비범한 영화적 순간을 창안하는 재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스승인 스와 노부히로에게서 즉흥 연출의 감각을 배운 이가라시 고헤이의 <밤비 내리는 목소리> <연인처럼 숨을 멈춰> <다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도 주목에 값하는 성취입니다. 정한석 평론가는 이 중 연출의 자유로움이 일종의 해방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다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을 올해의 발견 중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40대 중반에 데뷔했지만 누구와도 닮지 않은 영화 세계를 보여 온 만다 구니토시의 <언러브드>와 <입맞춤>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작입니다. 공포 영화의 감각과 멜로드라마의 감수성이 결합된 작품을 만들어 온 만다 구니토시는 저명한 영화평론가이기도 하며, 스승인 하스미 시게히코로부터 ‘은밀한 활극의 천재’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아래에서 연출 수업을 받은 이구치 나미의 <개와 고양이> <남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소품 청춘 영화처럼 보이지만 치밀한 구성과 섬세한 감정 연출이 여느 청춘 영화의 밀도를 훨씬 넘어섭니다. 8mm로 찍은 데뷔작을 35mm로 리메이크한 <개와 고양이>는 토리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일본감독협회로부터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상반된 두 편의 영화가 남아 있습니다. 배우 카세 료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감독으로 꼽은 원로 모리사키 아즈마의 <닭은 맨발이다>는 혁신가의 면모는 없지만 오늘의 영화에선 희귀해진 예의와 품격, 유머와 온정이 가슴을 적시며 고전적 장인의 우아한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27살의 신예 기요하라 유이의 데뷔작 <우리 집>은 이번 상영작 중 가장 도전적인 작품으로 꼽힐 것입니다. 한 공간에 거주하지만, 결코 만나지 않는 두 부류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현실과 초현실의 식별 불가능성을 탐구해 온 브뉘엘 혹은 홍상수의 시도를 창의적으로 계승한 문제작입니다.    


일본 영화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에 도전하면서 발견의 기쁨을 선사할 ‘21세기 일본 영화의 재조명’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