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사이트정보
home  > 영화  > 상영시간표  > 프로그램별 상영시간표

프로그램별 상영시간표

필름아카이브 특별전 : 사트야지트 레이와 아시아 클래식

[시네마테크] 필름아카이브 특별전 : 사트야지트 레이와 아시아 클래식

Film Archive Special : Satyajit Ray and Asian Classics

2020-05-07(목) ~ 2020-05-17(일)

사트야지트 레이 

불굴의 인간(1956) / 뮤직룸 (1958) / 대도시(1963) / 외로운 아내(1964) 

성인(1965) / 겁쟁이(1965) /영웅(1966) / 코끼리 신(1979) 


아시아 클래식

인시앙(1976) / 올리브 나무 사이로(1994) / 살람 시네마(1995) 

세 자매(2012) / 떠돌이 개(2013) / 미세스 팡(2017)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균일 5,000원(전체 좌석의 50%만 발권)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Program Director’s Comment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사트야지트 레이와 아시아 클래식으로 다시 문을 엽니다. 본원의 필름아카이브 소장작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특별전은 20세기 중반 구로사와 아키라와 함께 아시아 영화의 자존심으로 불린 인도의 거장 사트야지트 레이의 영화 8편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에서부터 왕빙에 이르는 고금의 아시아 감독의 작품 6편이 상영됩니다.

 

무엇보다 사트야지트 레이의 영화를 만나시기를 권합니다. 레이는 그 지명도에 비해 아직도 한국 관객에겐 낯선 편에 속하지만, 그의 영화가 당대와 후대의 감독들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그와 동시대 감독이자 사적으로도 친분이 깊었던 구로사와 아키라는사트야지트 레이의 영화를 보지 않고 사는 것은 해와 달을 보지 않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할 정도로 레이의 열렬한 찬미자이기도 했습니다. 후대 감독 중에서 레이를 가장 사랑한 감독 중의 하나인 마틴 스콜세지는 그의 영화 복원을 주도했으며 레이가 1992년 아카데미 평생 공로상을 받는 데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웨스 앤더슨은<다즐링 주식회사>를 인도에서 찍으면서 레이의<외로운 아내>의 음악을 사용했고, 이 영화를 레이에게 헌정했습니다. 윌리엄 와일러, 엘리아 카잔, 스탠리 큐브릭도 레이 영화를 상찬한 바 있습니다.

 

사트야지트 레이는 흔히 네오리얼리즘의 빛나는 계승자로 거론됩니다. 실제로 레이는 1950년 런던 체류 시절에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을 보고 자신의 데뷔작이 될 <길의 노래>의 연출 구상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대부분의 영화가 보통 사람 혹은 빈자들의 일상이며 비전문 배우들을 종종 기용했다는 점도 이런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네오리얼리즘은 레이의 영화세상의 한 측면에 불과합니다.

 

사트야지트 레이는 무엇보다 탁월한 장인이자 전방위 예술가였습니다. 소설 쓰기를 병행한 그는 모든 대본을 직접 작성했고,대부분의 영화음악을 작곡했으며, 의상과 미술과 편집도 주도했고, 심지어 광고 디자인까지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영화는 사실주의적이지만 자신이 속한 벵골의 마을과 자연이 지닌 마술적 힘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나무와 바람과 비, 초원과 언덕, 동물과 곤충들은 레이의 세계에서 또 다른 주연들입니다. 또한 그는 벵골의 가옥과 건축이 지닌 굴곡과 심도와 시간의 흔적을 포착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습니다. 말 없는 사물과 자연의 디테일들은 유연한 카메라와 리드미컬한 편집에 실려 은밀한 신화적 아름다움을 빚어냅니다. 대부분 단순한 이야기를 지닌 그의 영화들이 교향악단의 음악처럼 풍요롭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모든 종류의 디테일들을 결합하고 조율하는 그의 걸출한 장인적 재능에서 기인할 것입니다.

 

그러나 레이는 한번도 스타일과 형식에 주도권을 준 적이 없습니다. 그가 평생 견지한 주제는 인간 조건에 대한 탐구입니다.그의 인물들은 늘 자연, 풍속과 관습, 냉혹한 생존법칙이라는 환경 속의 존재이며, 그 환경은 환희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때로 인물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갑니다. 레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모험으로 제시하면서 그 모험을 결코 안전한 극작법으로 완결짓지 않습니다. 인물은 결코 행복도 목적의 완성도 얻지 못하지만 다시 살아갑니다. 해소되지 않은 불안, 전해지지 않은 마음, 실패한 사랑, 찾아지지 않은 삶의 의미의 전모를 그의 인물도 그를 보는 우리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레이는 이것이 불가피한 인간 조건임을 기어이 설득시킵니다. 그의 영화를 진정한 의미에서 휴머니스트의 영화라고 부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트야지트 레이 외에도 고전적 가치를 인정받은 아시아 영화 6편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네온 불빛 속의 마닐라>로 유명한 필리핀 영화의 전설 리노 브로카의 또 다른 걸작 <인시앙>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란을 대표하는 두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걸작 <살람 시네마>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인간과 영화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아름다운 영화들입니다. 2010년대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온 차이밍량의 <떠돌이 개>는 이 비범한 감독이 조용하지만 맹렬하게 여전히 자신의 세계를 갱신해가고 있음을 증언하는 치열한 작품입니다. 이젠21세기 다큐멘터리의 정점으로 존중받는 왕빙의 <세 자매> <미세스 팡>은 다큐멘터리의 한계에 도전하는 놀라운 문제작들입니다.

 

자주 만나기 어려운 아시아 영화의 보석들과 함께 새 봄을 맞으시길 빕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