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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별 상영시간표

[시네마테크] 1959년으로의 여행

[시네마테크] 1959년으로의 여행

Journey to the Year 1959

2019-11-16(토) ~ 2019-12-05(목)

상영 기간: 2019.11.16.(토) ~ 11.20.(수) / 11.26.(화) ~ 12.5.(목)

 

상영작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1959, 알프레드 히치콕) / 400번의 구타 (1959, 프랑수아 트뤼포)

슬픔은 그대 가슴에 (1959, 더글라스 서크) / 강박충동 (1959, 리처드 플레이셔)

히로시마 내 사랑 (1959, 알랭 레네) / 무법자의 날 (1959, 안드레 드 토스)

소매치기 (1959, 로베르 브레송) / 안녕하세요 (1959, 오즈 야스지로)

사랑과 희망의 거리 (1959, 오시마 나기사) / 아푸의 세계 (1959, 사트야지트 레이)

로베레 장군 (1959, 로베르토 로셀리니) / 사촌들 (1959, 클로드 샤브롤)

나자린 (1959, 루이스 브뉘엘) / 풀밭 위의 오찬 (1959, 장 르누아르) / 형사 (1959, 피에트로 제르미)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후원
주한프랑스대사관, 주한프랑스문화원, Institut francais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시네마테크 총서3 <앙드레 바쟁> 발간 기념 특별강연

강연: 영화평론가 임재철

일정: 11.28.(목) 19:00 <400번의 구타>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박인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0년 전인 1959년으로 영화 여행을 떠납니다. 영화사의 특정한 해를 특권적 연도로 분장하는 것은 호사 취미의 하나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1959년이라는 해가 모든 면에서 특별한 해였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195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위대한 영화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건 분명해 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흐름들이 곳곳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대의 마지막 해에 무언가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무성 영화 시절부터 활동한 거장들이 만년의 걸작들을 힘겹게 분만하는 동안, 2차 대전 이후부터 꿈틀거리던 새로운 물결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당대 관객의 눈앞으로 쇄도한 것이 바로 이 연도였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것과 낡은 것, 전통과 혁신, 조화의 미덕과 균열의 박력이 서로 엇갈리며 영화 세상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역동의 소용돌이로 만들었습니다. 요컨대, 고전기가 마침표를 찍고 현대 영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해가 바로 1959년이었습니다. 


이 여행은 어떤 영화에서 시작해도 좋겠지만, 백전노장들의 만년의 작품에서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이 거장의 완벽한 장인적 능력과 불안의 미학이 결합된 걸작 중 하나이면서, 이후 ‘007 시리즈’를 비롯한 현대 첩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 작품입니다. 오늘의 대중 영화가 히치콕에게 진 것보다 더 많은 빚을 진 고전기 감독은 없을 것입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안녕하세요>는 어떨까요.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형식주의자로 불리는 오즈는 영면을 4년 앞두고 그의 영화 이력에서 아마도 가장 실험적이라 할 만한 영화를 내놓습니다. 이야기는 거의 사라지고 사람들의 움직임만으로 이뤄진 듯한 이 영화는 무성 시절부터 그의 정갈하고 정돈된 서민극을 봐 온 사람에게라면 얼마간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장 르누아르의 <풀밭 위의 오찬>도 마찬가지입니다. 르누아르 특유의 관능성과 유려함이 그의 영화에선 유례없는 초현실주의적인 힘을 만나, 끝없는 활력의 난장을 펼칩니다.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거장 5명을 뽑으라면 빠지지 않을 두 감독이 만년에 조화와 관조가 아니라 도발과 소란을 택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삶과 영화 모두에서 전무후무한 모험을 멈추지 않았던 루이스 브뉘엘의 <나자린>을 당대의 관객으로 만난다면 그 자유로움과 풍성함과 예민함의 만찬에 아마도 거의 전율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예술적 지향성이 강했던 프랑스 영화계에서도 변방의 작가로 통했던 브레송의 이 영화는 그의 독창적 영화 세계가 가장 순수하게 구현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 정반대편에 할리우드 고전기의 맹장이지만 고전적 관습 안에 프레임이 터져 나갈 정도의 고밀도 정념과 미장센을 응축한 더글라스 서크의 가슴 저린 <슬픔은 그대 가슴에>가 놓여 있습니다. 위대한 인도 감독 사트야지트 레이가 만든 소위 ‘아푸 3부작’의 완결편 <아푸의 세계> 역시 미학적 혁신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으로 우리를 승복하게 만듭니다. 당대의 관객이라면 어느 한쪽의 손만 들어줬을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는 이들 모두를 이 연도의 위대한 성취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1959년을 특징짓는 또 다른 측면은 바로 모던 시네마의 용틀임입니다. 모던 시네마의 시조로 거론되는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1959년작은 <로베레 장군>입니다. 뜻밖에도 그의 가장 대중적인 영화로서, 로셀리니를 찬미하던 이에겐 당혹스러움을 안긴 이 영화의 숨겨진 복합성과 아름다움을 시간 여행을 하는 우리는 발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 사랑>, 클로드 샤브롤의 <사촌들>이 있습니다. 프랑스 영화계를, 나아가 세계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영화들은 아마도 다시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프랑스에서 거대한 소란이 시작될 무렵, 극동에서는 일본 영화계 최고의 문제아 오시마 나기사가 데뷔작 <사랑과 희망의 거리>를 조용히 내놓습니다. 당시에 유행하던 청춘 영화의 외양이지만, 그 속에 기묘한 불안과 슬픔을 묻어 둠으로써, 소위 일본 뉴웨이브의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영화들을 만든 감독들이 이후 고전기 거장을 무대 주변으로 밀어내고 영화 세상의 주도자가 됩니다. 그리고 모던 시네마의 시대가 열립니다.  


하지만 영화 세상은 거장과 천재들의 놀이터만은 아닙니다. 만신전에 이름을 올린 감독이 아닌 피에트로 제르미의 <형사>, 리처드 플레이셔의 <강박충동>, 안드레 드 토스의 <무법자의 날>은 영화사의 거대한 소용돌이 아래서 조용히 장인적 영화를 만들어 온 창작자들의 기예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화 세상의 주요 성분임을 과묵하게 증언하는 숨은 보석들입니다. 이런 영화들이 주는 뜻밖의 기쁨 역시 우리 관객이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1959년으로의 영화 여행은 새삼스레 영화사적 지식을 보강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영화라는 젊고 천방지축이며, 거대하고도 변화무쌍하며, 요염하고도 장대하며, 천박하고도 때로 더없이 심오한 예술 아닌 예술, 두 번의 세계 대전과 함께 한 세기 자체를 특징짓는 이 20세기의 찬란한 아이콘이 남긴 모종의 자취를, 바로 그해의 관객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느껴 보기 위함입니다. 이 영화들을 마치 개봉관에 걸린 신작처럼 만나면서 영화사의 위대한 한 순간을 고색창연한 역사로서가 아니라 오늘의 현실처럼 다시 감각해 보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이 여행은 어쩌면 1959년이라는 특권적 연도에 한정된 일회적 체험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되어야 할 긴 여정의 출발점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