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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별 상영시간표

[시네마테크]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특별전 ? 에르마노 올미 & 마르코 벨로키오

[시네마테크]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특별전: 에르마노 올미 & 마르코 벨로키오

UNESCO Creative City of Film Special ? Ermanno Olmi & Marco Bellocchio

2018-05-27(일) ~ 2018-06-17(일)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강연

강연: 영화평론가 임재철

일정: 6/8(금) 19:00 <초원은 돌아올 것이다>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박인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이탈리아 영화의 1960년대는 누벨바그가 영화적 지진을 일으킨 프랑스 영화의 1960년대에 비견될 만큼 위대했습니다. 세계영화사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네오리얼리즘의 수장들(로셀리니, 데 시카, 비스콘티)은 무대 중심에서 비켜섰지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페데리코 펠리니 등이 뒤를 이어 모던 시네마의 보석들을 분만했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등의 신세대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해 이탈리아를 영화적 변혁의 또 다른 진원지로 부상시켰습니다. 쇠퇴기를 맞은 할리우드에 맞설 만큼 제작 규모도 엄청나게 성장한 이탈리아 영화는 산업적으로도 융성기를 맞습니다. 영화사가들은 이 연대를 기꺼이 이탈리아 영화의 황금기라 부릅니다. 


이 시기의 이탈리아 영화에는 수많은 재능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거나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감독들도 꽤 있습니다. 에르마노 올미와 마르코 벨로키오가 대표적 사례일 것입니다. 네오리얼리즘 선배들이 일궈 놓은 모던 시네마의 비옥한 토양 위에서 한 사람은 기록으로서의 극영화의 가능성을 한 극단까지 밀어붙였고, 다른 사람은 아이러니와 우화의 수사학을 정신 분석과 결합시킨 정치영화의 장을 열었습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부산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영화의 196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두 감독의 특별전을 엽니다. 


1931년에 태어나 지난 5월 6일 타계한 에르마노 올미는 독학으로 영화를 익혔고, 1959년 첫 극영화를 만들기 전까지 30여 편의 장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풍부한 다큐멘터리 작업에서 영감을 얻은 올미는 자신의 극영화를 탈극화의 한계까지 끌고 갑니다. 주요 인물은 노동자, 시골 사람, 하급 공무원이며, 이들의 세상과의 연계 혹은 불화 과정이 극적 장치가 아니라 거의 실시간으로 포착된 그들의 사소한 제스처를 중심으로 묘사됩니다. 카메라는 때로 자신이 극영화를 찍고 있음을 잊어버린 듯 주인공을 내팽개친 채 주변 인물들의 사소한 움직임을 곤충학자처럼 관찰합니다. 초기 걸작들인 <직업> <약혼>에서부터 올미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결합한다기보다, 극영화의 계율을 포기하더라도 기록의 가치를 보존하는 쪽을 택합니다. 이 선택이 역설적으로 어떤 극영화보다 카메라와 인물과의 깊은 유대감을 이끌어 냅니다. 그런 점에서 에르마노 올미야말로 네오리얼리즘의 진정한 계승자라 할 만합니다. 


1939년생인 마르코 벨로키오는 로마와 런던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1965년 <호주머니 속의 주먹>으로 데뷔해 곧바로 새로운 재능의 탄생을 알립니다. 이 영화는 가족 살해라는 끔찍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어떤 서정성도 배제한 채 철저한 냉소와 아이러니로 일관해 격렬한 찬반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동료와 후배 감독들에게 파졸리니에 맞먹는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후로 가족은 벨로키오의 영화에서 가장 빈번한 소재가 되며,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불화와 갈등, 증오와 배신을 통해 당대 이탈리아의 현실을 다층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집약합니다. 파시즘에 대한 적대감을 공유한 베르톨루치의 모호한 서정성 혹은 애조의 톤과는 대척점에 있는 벨로키오 영화엔 신랄한 풍자, 예리한 정치적 분석과 우스꽝스러운 소동의 활기, 신성모독도 서슴지 않는 격렬한 비판 정신이 흘러넘칩니다. 이 점에서 벨로키오의 영화는 당대 이탈리아에 대한 비할 바 없이 풍부하고도 대담한 우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두 감독의 데뷔작에서부터 최근작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대표작 20여 편이 상영됩니다.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두 이탈리아 거장의 창의적이고 풍성한 영화 세상에 여러분을 모십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