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사이트정보
home  > 영화  > 영화+비평  > 시네 크리틱

시네 크리틱

오디오 해설 영화관



영화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통찰력, 다양한 관점이 돋보이는
'영화평론가' 차별화된 평론을 만나는 공간입니다.
감독과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평론글은
여러분을 새로운 영화 세상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매월 개봉하는 대중영화와 한국독립영화를 바탕으로 게시되며,
영화글을 통해 들여다본 새로운 영화세상으로 떠나보세요!

기억과 기록, 그리고 사진에 대한 영화 <봉명주공>2022-05-27
봉명주공 스틸

 

 

기억과 기록, 그리고 사진에 대한 영화 <봉명주공>

 

송영애(한국영화평론가협회)

 

  봉명주공 메인 포스터

 

 

 

지난 19일에 개봉한 김기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봉명주공>에는 1980년대에 청주시 봉명동에 지어진 주공아파트가 재개발을 위해 철거되는 2019~2020년이 기록됐다. 재개발이라고 하면 바로 연상되는, 여러 갈등이나 법정 다툼, 부동산으로서의 가치 등락 등에 관한 이야기는 이 영화의 주요 기록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는데, 이 영화가 기록한 봉명주공아파트의 모습과 그 기록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무와 꽃과 사람 그리고...

 

<봉명주공>은 울창한 버드나무 한 그루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나무 아래 2층짜리 아파트가 보이는데, 흔히 보던 아파트의 모습이 아니다. 건설 당시 이야기도 중간중간 들려주는데, 5, 2, 1층짜리의 조금은 낯선 형태의 아담한 아파트 단지가 녹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봉명주공 스틸

 

단지를 거닐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그들은 어떤 나무를 옮겨 심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그러다 작은 꽃나무를 캐기도 하는데, 다른 곳에 옮겨 심어도 잘 자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영화 내내 버드나무, 개나리, 벚꽃, 수국, 살구나무, 사과나무 등 단지 내 여러 꽃나무를 둘러 보고, 추억하고, 옮겨 심는다.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봉명주공아파트 단지 내 꽃나무들이 옮겨졌다고 한다. 물론 상당수는 베어졌다. 전기톱으로 베어져 쓰러지고,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지는 나무의 마지막 모습도 영화 내내 담겼다.

 

나무와 관련한 주민들의 사연과 기억도 공유된다. 살구가 맛있었다는 기억부터 저 나무는 본인이 심었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주변 민원 때문에 베어지고 다시 심어진 나무 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화면을 가득 채운 꽃나무와 과일나무 등이 심어졌던 이야기부터 옮겨지고, 베어지는 이야기가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의 추억과 어우러져 애잔함이 더 커진다.

 

<봉명주공>에는 아파트 건물이 철거되면서, 함께 사라져간 나무, , 사람 그리고 개와 고양이 등까지 모두 담겼다. 더불어 영화 처음부터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도 담겼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 아이들이 노는 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새 소리까지 참 많은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봉명주공 스틸

 

사진과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봉명주공>은 사라져가는 것을 매혹적인 방식으로 기록했다. 다양한 사진을 활용하여, 영화가 기록하는 시간과 공간을 더욱 확장 시켰다.

 

사진과 영화의 역사적 의미를 좀 살펴보자면, 사진은 인류 최초의 영상 저장 미디어다. 19세기 초중반, 카메라가 순간을 포착하여, 그 순간이 지난 후에도 두고두고 볼 수 있게 된 건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영화는 인류 최초의 동영상 저장 미디어로서, 조금 더 긴 시간과 더 많은 공간을 기록했다. 덕분에 말, , 그림, 그리고 사진으로 기록했던 수많은 풍물을 좀 더 실감 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극영화든 다큐멘터리 영화든 사진이 등장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중요 단서나 증거가 되기도 한다. <봉명주공>은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기록한 사진을 기록해, 철거가 진행되는 시점의 봉명주공의 모습만이 아니라, 그 이전의 모습까지 개개인 일상의 모습을 기록했다. 사진 속에는 아파트의 모습과 더불어 오랜 세월 살아온 사람들의 추억과 기억도 자리하고 있다.

 

이 영화에 주민들의 옛 사진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촬영 당시 봉명주공의 곳곳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봉명주공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찍은 사진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촬영한, 시공간을 초월한 사진들을 보며, 봉명주공아파트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목격하게 된다.

 

봉명주공 스틸

 

기억과 기록의 퍼즐

 

이 영화는 2020년 봄에 시작해 2019년 여름으로 갔다가 다시 2020년 봄으로 돌아오며, 이주를 준비 중인 주민, 나무를 옮겨 심는 사람들, 사진으로 기록 중인 사람들의 인터뷰와 사진, 꽃과 나무와 동물의 모습,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와 사진 등이 어우러져, 수많은 기억이 퍼즐처럼 펼쳐진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누군가에게는 새로움을 줄 <봉명주공>이 사진과 영화로 기록하고 있는 기억의 퍼즐을 보고 듣다 보면, 아파트, 집이라는 주거 공간의 본질과 그 공간에서 사람과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내 기억 속에 특별한 공간이 있는가? 그곳은 지금도 남아 있는가? 혹시 기록은 했는가?

 

봉명주공 스페셜 포스터

 

다음글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되기, <오마주>
이전글 클로드 샤브롤 감독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