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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클럽 <요요현상> 관객과의 대화 : 고두현 감독, 문현웅 2021-01-31(일)  - 소극장
<요요현상> 부대행사 등록

상영작 : <요요현상>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참석 : 고두현 감독, 문현웅

진행 : 김정근 감독

 

 

 

(김정근) <요요현상>을 찍게된 계기가 궁금해요

(고두현) 작품에 출연한 인물 중 한 명이 저랑 대학교 동기에요. 그 친구(동건)랑 대학을 다닐 때 취미처럼 장기자랑 시간에 요요를 하곤 했어요. 그때까지는 가벼운 취미 정도 가지고 있구나 하고만 생각했어요. 시간이 흘러서 이 친구들이 에든버러에 공연하러 갔을 때 마침 제가 교환학생으로 가 있었어요. 친구(동건)가 공연하는 모습을 찍어달라는 요청에 공연 구경도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을 하게 됐어요. 그 계기로 현웅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을 처음 알게 됐는데, 그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속도와 정교함을 바탕으로 고난도의 기술을 많은 사람들에게 손 보이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이렇게 멋있는데 왜 그만둔다고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앞으로 정말 그만두는 걸까?’라는 것이 궁금해서 한국에 돌아와서 무대 이후의 상황을 지켜보고자 카메라를 들게 되었어요.

 

(김정근) 현웅씨는 에든버러에서 문현웅 감독을 처음 봤을 때 어땠어요?

(문현웅) 처음엔 저보다 형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동갑 친구더라고요. 첫인상은 어두침침한 모습에 노트북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이 많은 형이 우리를 보듬어서 마지막 공연을 촬영해 주시러 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친구인 걸 알고 편하게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했고 조금씩 서로의 고민들을 털어놓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된 거 같아요.

 

 스틸

 

(김정근) 저는 왜 하필 요요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요요를 검색해보니까 실재로 무기로 활용되기도 했었고 일종의 스킬토이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시기도 있었고... 여러 문화적인 파급 효과를 가졌던 요요를 통해 표현하고 싶던 것이 있을까요?

(고두현) 옆에서 이들을 봤을 땐 요요가 굉장히 멋있고 너무 대단한 능력인데 오히려 이 친구들은 요요라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자조하는 태도를 보이더라고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의 간극, 생업과 좋아하는 것 중 각자가 지키려는 지향점을 이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들여다보면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어떤 공감과 울림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문현웅) 여기 와주신 관객분들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렸을 때 요요를 한 번쯤은 해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처음 요요를 했을 때는 경쟁자가 적다 보니까 조금만 노력하면 돋보일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면서 저희가 요요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환호해 주시는 거 자체가 좋았어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박수를 쳐주고 재밌었다는 반응들이 지금까지 요요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인 거 같아요.

 

(김정근) <요요현상>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한 이후에 생업과 재능 사이의 고민에서 다시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오는 것을 요요로 은유한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 질문) 에든버러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을거 같은데, 영화에서는 짧게 피었다가 사그라드는 불꽃같이 느껴져서 아쉬웠어요. 혹시 에든버러 공연 에피소드를 상세하게 보여주실 계획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고두현) 10년 전 에든버러 갔을 때는 제가 정말 촬영을 못했을 때예요. 이 작품에 모아둔 장면들은 잘 찍어둔 푸티 쥐들을 다 모아둔 거예요(^^) 다큐멘터리 촬영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전이라 찍다가 만 것도 많고, 공간에 대한 설명을 위해 다양한 앵글에서 찍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한 거예요. 공연도 공연 자체의 서사도 있고 굉장히 화려해서 볼거리가 많았어요.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 풀버전으로 올려두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공연 에피소드를 전부 올리지 않은 이유는 화려한 공연 자체를 보여주기보다 공연 이후의 이들의 삶의 모습을 담는 것이 더 중요했던 거 같아요.

 고두현 감독

 

(김정근) 영화 속에 삽입된 홈비디오 영상이나 뉴스 영상 같은 자료화면은 어떻게 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두현) 요요는 도시 스포츠에요. 드넓은 공간이 아닌 각자 방에서 할 수 있고, 요요 행위를 카메라로 찍기 쉽고, 인터넷 공간에서 서로의 영상을 공유하고 기술을 배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돼요 그래서 영상 자료를 구하기가 쉬웠던 거 같아요. 또 감사하게도 각종 요요 대회나 개인이 요요하는 행위를 찍어둔 6mm 테이프 백 개가량을 보유하신 지인이 저에게 건네준 적이 있어요. 보물섬을 발견한 기분이면서도 어떻게 이 자료가 살아남아서 나에게 오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뭉클했던 감정이 떠오르네요.

 

(김정근) 각자의 삶에서 요요 한 개씩은 간직하고 사는 거 같아요. <요요현상>을 보고 저도 오랜만에 기타 꺼내서 튕겨보기도 하고 ... 감독님의 경우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요요는 어떤 건지 궁금하고 현웅 님께서는 요요 외의 일이나 취미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고두현) 저는 당연히 영화를 찍는 일이죠. 좋아 했던 것이기도 하고 지금은 일이 됐으니까요.

(문현웅) 저만의 숨겨둔 요요는 취미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에게 요요는 취미였는데 일이 되면서 취미를 잃어버려서 (여가 시간의)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 찾게 됐어요. 처음에 시도했던 거는 낚시였어요. 그다음에는 수영도 배우고 영어도 배웠는데 코로나19 유행이 퍼지면서 잠시 보류하고 있습니다. 대신 등산을 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현웅

 

(김정근) 감독님의 향후 계획

(고두현) 한국에서 독립다큐영화를 찍는다는 게 참 어렵다고 느꼈는데, 영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생업으로도 되고 저화 함께한 스태프들에게도 노동의 대가가 돌아가게 하는 구조를 유지한다는 건 더 어려운 거 같아요. 그래도 영화를 계속 찍으면서 사는 게 목표예요. 저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다큐영화를 보는 걸 좋아했고 찍으면서 삶과 사회에 대해 배우는 게 늘 좋아서 다큐영화를 계속해서 찍는 게 목표고요. 앞으로의 제작하게 될 작품은 1989년 이내창 사건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현재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정근) 관객분들에게 마지막 인사

(문현웅) 진심을 담아서 오늘 이 자리에 와 주신 관객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상황을 보내고 있는데요, 모두 건강하게 견뎌냈으면 좋겠습니다.

(고두현) 제가 영화를 만들고 처음으로 상영했던 곳이 영화의 전당이에요. <요요현상>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는 게 감회가 새로웠고 묘했어요. 오늘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고 요즘 영화관 오기 힘든 시기인데 힘들게 보러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